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요도야 조얀과 삼성 브랜드 마케팅

서정명 <뉴욕특파원>

지난 1600년 9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정권을 잡기 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적군과 격돌했을 때의 일이다. 천하 거상(巨商)인 요도야 죠얀은 도쿠가와 가문이 이길 것을 직감하고 비용을 불문하고 이에야스에게 군사들이 사용할 천막을 지어주었다. 요도야의 예상대로 전쟁은 도쿠가와측의 승리로 끝이 났고 이에야스는 요도야에게 보답을 하고 싶으니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다. 몇 번이나 사양하기를 거듭한 끝에 요도야는 “들판에 널려 있는 시체들을 치우게 해주십시오”라고 청을 넣었다. 시체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이에야스는 요도야의 청원이 황당하기도 했지만 막대한 돈을 들여 시체처리에 나설 필요가 없어 당장 허락했다. 다음날부터 요도야는 시체처리에 들어갔으며 시체 옆에 군사들이 사용했던 투구와 갑옷ㆍ창ㆍ칼 등을 따로 모았다. 손익계산을 해보니 시체처리 비용을 다 뽑고도 몇 배의 이익을 챙겼다. “역시 천하의 장사꾼이야”이에야스가 무릎을 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달 중순 뉴욕 맨해튼에서는 ‘과연 삼성은 장사꾼’이라는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삼성의 주요 유통회사인 베스트바이ㆍ서킷시티ㆍ시어스 등과 골프황제 아널드 파머, 전 NBA 농구선수 매직 존슨, 뉴욕양키스의 조 토레 야구감독,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이 공동으로 전개하고 있는 ‘삼성 희망의 4계절’ 자선행사가 미국 주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 제고전략으로 뿌리를 굳힌 것. 올해로 4년째를 맞는 이 자선행사는 제조기업과 유통회사, 세계적인 스포츠스타를 연결해 기부문화를 통해 브랜드이지를 높이는 홍보 전략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일본 소니 등 다른 기업들은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삼성행사를 지켜보고만 있다. 삼성은 맨해튼에서 불붙기 시작한 자선행사 성공여세를 몰아 미국은 물론 캐나다와 남미ㆍ중동ㆍ유럽ㆍ동남아 등에도 현지 유통회사와 스포츠스타를 연결하는 브랜드 마케팅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블루오션 전략이 기업의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적화(赤化)현상을 보이고 있는 기존 시장에서 벗어나 남들이 발을 들여놓지 않은 신시장에서 이윤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남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사각지대에서 요도야는 이익을 챙겼고 신문과 TV를 통한 광고에 의존했던 기존 브랜드 전략에서 탈피해 삼성은 세계 어느 기업도 시도한 적이 없는 브랜드 마케팅을 성공시켰다. 세계 자동차시장을 장악했던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가 옛날의 화려한 영광을 뒤로 한 채 쇠락의 길로 빠져든 것은 현실안주, 즉 블루오션 전략이 없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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