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실업·저인플레 향후수년 지속전망/‘금리인상통한 인플레 억제’엔 반대【뉴욕=김인영 특파원】 집권 2기를 시작한 클린턴 미 행정부가 경제 운용에 「성장」과 「안정」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자신감에 차있다.
10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의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앞으로 6년후에도 침체할 징후가 없으며, 저실업률과 저인플레이션을 동시에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보고서 서문에서 『현재의 경제는 지난 30년동안 가장 강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최근 몇년동안 미국 경제가 고용안정과 물가안정을 동시에 달성했으며, 이런 추세가 21세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경제가 오는 2003년까지 평균 2.7%의 낮은 인플레이션과 5.5%의 실업률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도 했다.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정책 운용 방향을 제시한 이 보고서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미 경제학계의 기존 이론을 바꿔놓고 있다. 또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하려면 인플레이션을 다소 감수해야 한다며 중앙은행인 FRB(연준리)와도 미묘한 견해차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의 실업률은 5.4%였다.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정년퇴직, 직장전환 과정의 일시적 실업 등으로 호황일때도 6%의 「자연실업률」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현재의 실업률은 이보다 낮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이같은 낮은 실업률이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했다. 즉 일자리가 늘어나면 근로자 임금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생산코스트와 소비자 가격이 올라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엔 공존할 수 없었던 저실업률과 저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90년대 들어 미국의 임금 인상률이 생산성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으며, 기업간 치열한 경쟁이 임금 상승을 억제해 왔기 때문이라는 것.
보고서는 인플레이션이 근로자의 실질 임금상승을 둔화시키기 때문에 기업들이 인원감축을 자제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전혀 없으면 오히려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의 조짐을 보이면 선제공격의 무기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FRB의 방침과는 달리, 「영의 인플레이션」이 오히려 경제에 해를 끼친다는 색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또 과거의 경제 호황이 ▲인플레이션 ▲금융시장 혼란 ▲재고 누적등의 문제로 불황으로 꺾어졌지만, 현재의 경기 확장에서는 이런 문제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자문기구는 올해 2.0%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달성하고, 그후 5년동안 연평균 2.3%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전망치)보다 나은 결과를 낳을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언론들은 이 말이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FRB의 정책에 대한 반대의견을 완곡히 표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