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승천하는 용처럼 우리 아이 밝은 미래도 활짝 열렸으면… "

임진년 흑룡의 해 첫둥이 출산한 엄마들 소망<br>보신각 타종과 더불어 태어난 아이들 "사회 빛과 소금 같은 역할 했으면…"<br>"하늘이 내려준 선물이자 축복" 감격 "양질의 교육잘받았으면…" 바램도

박서희씨가 1월1일 0시 서울 중구 묵정동 제일병원에서 낳은 첫 아이를 안고 기뻐하고 있다.

1일 0시 0분 0초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차병원. "응에~응에~"하는 울음 소리가 일순간 정적을 깼다. 3.29kg짜리 어여쁜 생명이 제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리는 순간이었다. 같은 시각 강 저편에서는 보신각 타종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 소리는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종소리에 비하면 한없이 연약했다. 하지만 그 울음 소리는 영혼 없는 종소리가 갖지 못한 신비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 수술실 한 켠에는 용띠 해에 태어난 아기를 위해 의료진이 선물한 용 인형이 놓여 있었다.

2012년 임진년(壬辰年) 새해를 출산과 함께 시작한 유지연(34)씨의 바람은 소박하면서도 명쾌했다. 유씨는 "아이가 사회에서 빛과 소금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태명도 '샤인(shine)'이라고 지었다.

유씨의 가장 큰 관심은 교육이었다. 유씨는 "얼마 전 큰 아이를 사설 유치원에 보내려고 지원했다가 10대1에 육박하는 경쟁률 때문에 떨어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양질의 교육기관으로 소문난 유치원이 그만큼 적기 때문에 한 곳으로 몰리는 것"이라며 "둘째 딸이 자랐을 때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유치원과 학교가 지금보다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옆에 있던 남편 최원근(35)씨가 "그저 건강하게 자라는 게 제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최씨는 "나도 사실은 용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하늘로 솟아오르는 용처럼 우리 아이의 삶도 '수직상승'하는 인생이기를 바란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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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묵정동의 제일병원에서 만난 강승구(32)·박서희(31)씨 부부도 1일 새벽 0시 0분 0초에 3.2kg의 늠름한 대장부를 낳았다. 지난해 4월 결혼 후 이들 부부는 3개월 간 호주로 신혼 여행을 떠났다. 박씨는 "우연찮게 '허니문 베이비'를 갖게 됐다"며 "호주의 울창한 숲이 너무 마음에 들어 아이 태명을 '자연'이라 지었다"고 전했다.

박씨는 "이제 '빠른 생일'이 사라져 같은 해 1월 생과 12월 생이 한 반에서 친구로 지내게 됐다"며 "같은 반 친구보다 일 분이라도 먼저 태어난 형일 테니 또래들을 더 멋진 곳으로 이끌어 주는 의젓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같은 병원에서 아들을 출산한 이영희(34)씨의 바람도 다르지 않았다. 이씨는 "예정일보다 출산이 늦어져 우연히 1일 0시 0분에 아이를 낳게 됐다"며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자 축복이라 생각한다"고 느낌을 전했다. 이씨는 "폭력과 왕따로 어린 학생이 자살하는 비극이 더 이상은 일어나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이날 만난 산모들은 모두 아이의 이름을 아직 짓지 못한 상태였다. 더 좋은 이름이 없나 고개를 갸웃하며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 몰래 세상은 이미 아이들에게 멋진 이름을 선물했다. 세상은 지금 이들을 '새해 첫 둥이'라 부른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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