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록뿔을 녹용으로 속여 팔고, 농약 성분이 든 한약재를 제약회사에 공급하는 등 시중에 대량 유통시킨 한약재 수입상 등 17명이 검찰에 적발됐다.서울지검 특수3부(김우경·金佑卿부장검사)는 26일 조흥약업 대표 김동량(金東亮·39)씨 등 6명을 약사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W양행 사장 신모(53)씨 등 8명을 불구속기소하는 한편 D상사 사장 박모(28)씨 등 3명을 수배했다.
검찰은 또 수배된 박씨 등이 수입한 복령(茯笭)이 M,H,S사 등 제약회사 3곳에 납품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이들 제약사의 제품 100여종을 수거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농약잔류여부에 대한 성분검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이들 제품에서 농약성분이 검출되면 제약회사 관계자들을 소환해 구입경위를 집중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99년6월부터 러시아로부터 밀수입된 순록뿔(일명 「스카」)을 확보, 녹용으로 포장한 뒤 1억8,000만원 어치 상당을 전국의 한의원 등에 팔았으며, 함께 구속된 진형무역 대표 임석준(任錫準·39)씨는 살충제 농약인 BHC가 함유된 중국산 행인(살구나무씨) 5톤 등 1억원 어치의 한약재를 불법유통시킨 혐의다.
또 수배된 박씨는 BHC가 든 복령 24톤을 유통시킨 혐의를, 불구속기소된 신씨는 부적합 판정이 난 녹용과 녹용각 1.7톤(6억5,000만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효능이 검증된 바 없는 스카는 잘게 썰면 녹용과 모양이 같아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우며 ㎏당 가격도 미화 300달러인 녹용 중품의 3분의 1인 100달러에 불과해 국내 녹용시장에서 10%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이번에 적발된 불량 수입한약재는 행인과 목과, 오가피 등 14종에 달했고 이뇨제로 흔히 사용되는 복령의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BHC 성분이 기준치인 0.2PPM의 2배 이상인 0.4∼0.7PPM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느슨한 단속과 허술한 법규를 악용해 수입후 받게 돼 있는 샘플검사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약재를 봉인, 보관해야 함에도 개인창고에서 보관중 미리팔거나 부적합 판정시에도 폐기하지 않고 유통시킨 사실을 밝혀내고 보건복지부 등관련부처에 처벌규정을 신설토록 건의키로 했다.
김정곤기자MCKIDS@SED.CO.KR
입력시간 2000/03/26 17: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