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LGㆍ현대차 등 ‘빅3’가 일본 시장 본격 공략에 나선다. 또 정부는 이들 대기업을 앞세워 일본의 휴대폰ㆍ가전ㆍ자동차 등 소비재 시장을 뚫기 위해 까다로운 일본 내 표준제도 등을 집중 연구, 개선을 요구하는 등 측면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빅3 끌고, 정부 밀고=21일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일본 진출기업 간담회’에는 삼성전자ㆍLG전자ㆍ현대자동차의 고위임원들이 이례적으로 참석해 향후 일본 시장, 특히 소비재 시장 개척에 첨병 역할을 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대기업들은 폐쇄적인 일본의 유통구조를 극복할 전략과 약화되고 있는 ‘재팬 프리미엄’(일제에 대한 소비자의 높은 선호) 대신 한류 붐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방안들을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일본이 국제표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까다로운 표준을 운영해 휴대폰ㆍ가전제품 등의 수출이 어렵다”며 정부가 일본의 제도개선을 유도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정 장관은 민간기업 및 학계ㆍ연구소 등과 함께 일본 시장의 비관세장벽을 관계자들이 심층 연구ㆍ분석하라고 지시했다. 나도성 산자부 무역유통진흥관은 “세계 10대 시장 중 하나인 일본은 진로 소주의 성공에서 보듯 한번 자리를 잡으면 안정적인 시장확보가 가능하다”며 “정부가 논리를 축적해 일본의 무역장벽을 낮추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삼성물산ㆍSK네트웍스ㆍLG상사 등 7대 종합상사와 더불어 소비재 분야에서 30대 수출유망 상품을 개발해 일본 현지 마케팅 등도 지원하기로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일 무역역조가 심화돼 재계에서조차 한일 FTA 협상 재개에 반대하는 분위기”라며 “정부가 일본 측에 강력한 시장 개선 노력을 주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일 무역적자 270조원=지난 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올해 7월까지 대일 무역적자 누적액은 무려 2,701억달러, 우리 돈으로 27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더욱이 대일 역조의 늪이 워낙 깊어 날이 갈수록 대일 적자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산자부는 2001년 101억달러이던 대일 적자가 2004년 200억달러를 돌파했으며 올해는 연말까지 2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한국의 대일 수출증가율(1~7월, 10.3%)은 경기회복을 맞고 있는 일본의 전체 수입증가율(22.2%)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대일 역조가 개선될 기미조차 없는 것은 원ㆍ엔 환율이 급락하면서 국내 수출업계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측면도 있지만 일본의 유통구조가 워낙 폐쇄적이고 일본 소비자가 한국산 등 외제에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부품ㆍ소재 등의 높은 대일 의존도에 이어 최근에는 일본의 도요타ㆍ닛산ㆍ혼다차가 국내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일본 제품의 한국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무역협회 고위관계자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기간에 국내 업계가 적극 진출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면서 “일본도 시장 개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