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자산운용업 비상구는 자신감과 믿음

"동료 펀드매니저들과 '자문사 종목을 따라 사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허탈함에 웃기도 했습니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의 대표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A씨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술이 몇 순배 돌자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회사와 자신의 펀드 운용철학에 대한 믿음을 꿋꿋이 지켰지만 지난해 자문형 랩이 승승장구할 때는 '자문사가 집중 투자하는 종목을 따라 사야 하나'하는 조바심이 들었다는 것이다. 자문형 랩의 인기가 지난해만 못하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는 하지만 2011년 3월 현재 자산운용업계의 주요 경계 대상은 여전히 투자자문사와 자문형 랩이다. 올 들어서도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모여 회의를 하면 '펀드시장 발전방안'과 더불어 논의의 주제가 되는 것이 '자문형 랩 대응방안'이라는 말이 들려온다. 자산운용사들은 자문형 랩처럼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압축포트폴리오펀드'를 시장에 계속 출시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자산운용사는 투자자문사가 자문하는 펀드 출시를 계획하기도 했었다. '자문형 랩'에 대한 자산운용업계의 경계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자문형 랩의 약진에 자산운용업계가 받은 충격은 컸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자산운용사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어느덧 경쟁자로 성장한 투자자문사를 견제하고 투자자를 빼앗기지 않고자 스스로 끝없이 강조했던 '정통 주식형 펀드'와 '적립식 투자'의 장점에 대해 잊은 것은 아닌지 말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는 말은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다. 펀드의 인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왔지만 미비점을 보완하고 개선하면 머지않아 오르막은 찾아온다. 장기 적립식 투자의 성과는 통계로도 증명이 됐다. 이를 믿는 투자자들이 지난 2월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 다시 돈을 넣고 있다. 현재 상황은 나쁘지 않다. 국내 중형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본부장인 B씨는 "여의도 바닥에서 이름을 날렸던 펀드매니저가 C자문사 D대표와 E자문사 F대표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기자에게 호언장담했다. 자신의 운용철학과 전략에 그만큼 자신이 있으니 펀드 성과를 지켜봐달라는 말이다. 지금 자산운용업계 전반에 필요한 것은 B씨의 '자신감'과 '믿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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