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25판 3면 메인 해설

한미FTA 미국측 조기 비준 위해서도 한EU FTA 비준 서둘러야 지난해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국과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이 이뤄진 순간 많은 주변국들은 부러움의 눈길을 보냈다. 가까운 일본은 한국이 인도에 이어 먼저 유럽시장을 선점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으며 한국시장 진출 확대를 노리는 미국은 협정문에 밑줄을 치며 자국의 이익을 셈했다. 하지만 한ㆍEU FTA 협정문이 번역 문제로 제자리에 머무르면서 오히려 불안과 우려의 눈빛이 우리 업계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자칫 어렵게 얻은 결과물을 제 발로 걷어찰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제대로 된 검증작업 없이 4월 국회에서 통과시키면 오히려 국익을 해칠 수 있다”며 국회 차원의 한글본 검증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촉구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조정실장은 “협정문을 바로잡았으니 더 이상 이것으로 문제를 삼는 것은 좋지 않다”며 “시간을 끌어 한미 FTA 논의를 자연스럽게 지연시키는 목적도 다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EU 문제로 미국에도 영향 줄까 우려=만약 EU와의 FTA 처리가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한미 FTA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ㆍEU FTA는 협상 과정에서부터 패리티(동등) 문제를 수시로 제기하는 등 항상 한미 FTA와 비교되는데 EU와의 일정이 지연되면 미국도 느긋해질 수 밖에 없다. 한미 FTA의 경우 정해진 기한이 없지만 상반기 내에 마무리 지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법안 심의가 쉽지 않은 정기국회까지 가게 되면 차일피일 미뤄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총선ㆍ대선 등 우리 측 정치 일정으로 인해 FTA 동의안을 처리하기에 만만치 않게 된다. 더욱이 미국과의 FTA는 추가 협상을 거쳤기 때문에 여러 논의 사항이나 다양한 형태의 의견을 받을 것이 많다.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비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논의할 시간 자체가 줄어들면 여당도 처리하기에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역시 조만간 의회에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이는 등 한걸음씩 내부 절차를 진행해나가고 있다. ◇중소기업들 대응시간 필요=번역문 오류로 수 차례 국무회의를 다시 거쳐 국회에 제출하는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오는 7월로 예정된 한ㆍEU FTA 잠정발효 시점이 채 100일도 남지 않게 됐다. 늦어도 4월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돼야 이와 관련된 11개 입법 사항들도 마무리될 수 있다. 특히 한ㆍEU FTA의 경우 원산지 규정이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 대기업들의 경우 대응하는 게 어렵지 않지만 중소기업들이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사전에 기술적인 준비를 하고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관세 혜택을 제대로 얻기 위한 업종별 대응전략도 마련돼야 한다. 산업계 측면에서도 한ㆍEU FTA가 서둘러 처리돼야 할 필요성이 높은 것이다. 정부 역시 기존에 발표한 ‘한ㆍEU FTA 보완대책’에 더해 수혜 업종, 피해 업종에 대한 대책논의가 더 필요하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비준동의안이 처리되면 그 다음 국내법과 충돌이 되는 부분은 국내법을 고치는 개정작업이 필요하다”며 “오는 5월에는 국회가 열리지 않고 6월 국회에서 법률안 개정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시간이 넉넉한 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미국 의회와 정치권에서는 한·EU FTA로 자국 기업들이 한국과 유럽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해 한미 FTA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는 분위기”라며 “내부적으로 차분히 준비해나가는 한편 한ㆍEU FTA를 한미 FTA 조기 비준의 지렛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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