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빈파문·對日 국교정상화 작업 난항…북한이 심각한 경제난 타개를 위해 외교 정책을 대외 개방쪽으로 급선회한 후 순항 하는 듯 했던 주변국들과의 관계가 잇따라 암초에 부딪치고 있다.
야심찬 북측의 개혁ㆍ개방 시도는 미국,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열강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그로기 상태인 북한 경제를 재건할 수 있느냐의 최대 관건은 북측이 이들 국가와 벌일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 대외 개방 난관 봉착
대외 개방의 전초기지로 삼으려 했던 신의주 경제 특구는 양빈 장관의 해임 결정으로 중국과의 갈등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믿었던 중국에 발등이 찍힌 만큼 북측의 의욕적인 개혁ㆍ개방 구상은 적잖은 타격을 받은 상태.
사실 양 장관 파문의 이면에는 북측의 개방도 자신들의 국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만 용인한다는 중국의 실리 외교가 자리한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중국공산당 다이빙궈(戴秉國) 대외연락부장이 지난 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연내 방중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외교가에서는 그 정지 작업의 일환으로 양 장관 문제가 이르면 주말 마무리될 가능성도 흘러 나오고 있다.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 교섭도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북측이 양국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사실을 시인하고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기간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던 것은 그만큼 경제 재건을 위한 든든한 물주가 필요했기 때문.
그러나 일본 국내에서 납치 사건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오는 29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양국간 국교 정상화 교섭의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한 편이다.
이 같은 갈등 양상은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제임스 켈리 특사의 방북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고 회담 이후 북ㆍ미는 서로 불쾌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는 상태.
핵ㆍ미사일 등 핵심현안에 대한 양국간 이견을 확인한 만큼 경제 지원을 위한 테러지원국 해제 등의 조치는 물 건너 간 상황이다.
◇북, 난관 불구 대세는 개방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북측의 완연한 개혁ㆍ개방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개방에 따른 '수업료'를 톡톡히 지불하고 있지만 부작용을 줄여 나갈망정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다시 예전으로 되돌리지는 않을 것이란 것.
남북간 교류협력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12~14일 남북간 철도ㆍ도로 연결을 위한 실무 회의를 필두로 개성공단 실무회의가 오는 25일부터 2박3일간 개성에서 열린다.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최근 한 강연회에서 "북한의 화해ㆍ협력 정책을 '쇼'라고 주장하는 것은 근시안적이고 북한의 진의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대외 개방 정책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