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참여정부 경제성적 ‘바닥’

참여정부 출범 6개월의 경제성적표는 한마디로 `바닥권`을 기고 있다. 2ㆍ4분기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1.9% 증가에 그쳐 외환위기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도ㆍ소매 판매는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기업의 설비투자도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3%대 중반으로 상승했고 청년실업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악화한 경제상황의 원인으로 이라크전쟁과 북핵 문제 등 외부 요인과 SK글로벌 사태, 카드채 위기 등 내부 악재로 인한 불가피성을 꼽고 있다. 하지만 정부 내부의 정책조율 실패와 정책 실기(失期) 등이 겹쳐 경제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기부양책 정부가 제출한 4조4,775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안이 지난달 중순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재정의 경기대응 기능을 적극 활용했다”고 자화자찬 했지만, 이미 경제가 많이 나빠진 상황이어서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참여정부가 출범 초 부동산투기, 가계대출 부실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겠다고 강조, 경제운용의 폭을 제한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부동산 안정대책 분양권 전매금지, 투기지역 확대, 신도시 조기 건설, 단기 거래차익에 대한 양도세 강화 등 강도 높은 투기억제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정부는 `5ㆍ23 부동산 안정대책` 이후 집값 급등세가 둔화, 장기적으로 안정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서울 집값은 2001년 이후 2년간 35.4% 폭등한데 이어 올해도 매매가격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처방을 위해서는 시가의 30% 정도를 반영하고 있는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획기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진표 부총리가 제기했다가 정치권 등의 반발로 한발 물러선 `1가구 1주택 양도세 부과`도 도입 시기와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시점이라는 지적이 많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국내외 기업의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경제자유구역 지정, 외국인 투자유치제도 개선 등의 정책을 내놓았지만, 아직 가시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을 위한 학교ㆍ병원 설립 등의 문제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도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가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 대규모 공장증설이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김 부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내놓았던 법인세 인하문제 역시 올해 세수의 어려움 등으로 “경쟁국의 동향을 봐 가며 중기적으로 검토한다”는 쪽으로 정리된 상태다. ◆통상정책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한ㆍ미 투자협정(BIT) 체결 등 굵직굵직한 통상 현안들이 이익집단의 거센 반발과 부처간 대립으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ㆍ칠레 FTA 비준안은 정치권이 농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어 내년 총선 이후로 처리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한ㆍ미 BIT 체결 역시 경제부처와 문화관광부가 한치의 양보 없이 대립하고 있어 부처간 협의가 완전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대외개방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면서도 국회나 이익집단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채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고재학기자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