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7월 14일] 한나라당 새 지도부에 바란다

지난 5월까지 필자가 1년간의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맡는 동안 느꼈던 소회를 몇 자 적어 동료 국회의원과 각 언론사 기자, 그리고 평소 친분이 있던 분들에게 보냈다. 편지에 담긴 몇 가지 내용 가운데 필자는 '정책 위에 정치 있다'는 말을 가장 하고 싶었다. 이 말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정책문제'는 항상 '정치문제'에 밀려난다는 뜻인데 실제로 정책위의장 임기 중 많은 정책들이 당내 조율과 당정협의를 거쳐 야당과의 원만한 합의로 처리됐음에도 일부 파행이 더 크게 부각되거나 정쟁으로 얼룩진 이슈들에 가려지고는 했다. 이런 경험들은 비단 정책위의장 때만 경험한 것이 아니다. 필자가 3선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많이 느꼈던 것은 정치인에게 있어 '정쟁의 유혹'은 매우 피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특히 선 수가 낮을수록, 또 전국적 인지도가 낮을수록, 각종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치적 무리수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국민 실생활과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보다 유력정치인의 정치적 저격수를 자임하거나 소위 '섹시'한 정치적 이슈를 폭로하는 것이 언론의 관심을 더 받을 수 있고 나아가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정책대결은 온데간데없고 온갖 비난과 폭로, 말장난과 정치적 술수만 난무했다는 지적이 많다. 모름지기 정당이라 함은 정권을 획득하기 위해 정견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유권자들에게서 직접 선택 받는 집단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렇게 정견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인 당내 선거에서조차 정책이 실종되는 현상은 한국 정치의 씁쓸한 단면이며 국민이 정치를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국민이나 유권자들에게 정치꾼이 아니라 존경 받는 정치가가 되기 위해서는 단기적 인기를 노린 무책임한 정쟁이나 권모술수가 아니라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오직 국민과 국익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묵묵히 실천해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14일 오후 전당대회가 끝나면 그동안 경선과정에서 좋지 않았던 기억은 모두 지우고 새 지도부는 한나라당을 진정한 정책정당으로 만들어나가기를 충심으로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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