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투자 저해 하고있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 주장
현명관(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29일 “우리 경제는 아직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선언하고 정부가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현 부회장은 이날 오전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머포럼 ‘한국기업의 현주소와 기업의 생존전략’ 강연에서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비행기에 비유해 설명하겠다”면서 “한국호의 두 엔진 중 하나인 기업투자와 내수는 작동이 정지됐고 나머지 엔진인 수출마저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기조절, 고유가, 고원자재 등으로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 부회장은 “IMF 외환위기는 단순히 달러가 부족해 발생한 게 아니라 경쟁력 상실이 원인이었고 아직 (우리는)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했다”면서 “정부는 IMF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선언했지만 아직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 부회장은 ‘전략적 위기조장론’을 새롭게 제기해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위기과장론’과 대비를 이뤘다.
현 부회장은 “과거 이병철 회장은 ‘잘될 때 조심하라, 호황일 때 조심하라’며 항상 위기의식을 강조했다”며 “일부러 위기를 조장해야 하고 전략적으로 위기를 조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해 현 부회장은 “출자총액제한제도, 부동산원가공개, 사립학교 이사회의 교사임명권 박탈 등 정부의 제도가 투자를 저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 후 “투자의욕을 고취시켜도 투자를 할까 말까 한데 이 마당에 투자가 제대로 될 리 있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컴퍼니의 이성용 한국지사 대표도 이 자리에서 “지금 한국경제는 상당한 위기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ㆍ현대차 등 국내 상위 5대 기업 이외에는 지속적인 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전략’ 강연에서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은 지난 60~70년대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면서 “많은 기업들은 현금만 쌓아놓고 버블을 만들고, 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은 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성숙단계에 있는 산업에 종사하고 있어 이는 결국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며 “한국 대기업의 9% 정도는 지속 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이지만 5위권 이외에 6~20위권 기업들은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에 대한 처방과 관련해 이 대표는 “한국이 성장동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이 가장 중요하다”며 “서비스업이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해 글로벌화하고 성장에 기여해야만 한국이 목표로 하는 2만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주=문성진 기자 hnsj@sed.co.kr
입력시간 : 2004-07-29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