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31일] 위기극복 '속도전'의 방향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에 대한 정부부처의 업무보고가 해를 넘기기 전에 마무리되면서 공직사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전대미문’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전대미문’의 대책을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은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공공부문의 분발을 독려하고 있다. 중앙부처의 한 국장은 “20년 공직 생활 중 업무보고를 새해가 시작되기 전에 끝내기는 처음이다”며 이를 두고 ‘혁명적 변화’라고까지 했다. 세계적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공공부문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속도전’을 대부분의 국민들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 사회가 대선게임에만 몰두하다 국가부도 사태까지 겪었던 경험으로 볼 때 이 대통령의 속도전은 올바른 방향이다. 이 대통령은 30일 처음으로 정부산하 34개 주요 공공기관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 같은 속도전의 방향과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공기업에 대해 “비전문적이고 안일하고 방만한 경영을 해서 국민들로부터 지탄 받고 있다”며 비판 여론을 가감 없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새로운 정부에서 공기업은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말하겠다”며 “경제가 어렵다는 구실을 갖고 조직을 적당히 하고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변화와 변신을 주문했다. 특히 공기업 노조에 대한 비판은 더욱 신랄했다. 이 대통령은 “(공공기관의) 노조는 민간조직이 아니다. 정부 조직이다”며 공기업 사장들을 향해서는 “노조와 잘 지내 임기를 채운다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질타했다. 이 대통령이 세모(歲暮)를 하루 앞둔 이날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에 대한 질타와 분발을 촉구한 것은 그만큼 우리 앞에 있는 경제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속도전’에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아직 위기의식을 공감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시대착오적인 국회에서의 법안 전쟁과 각종 이익단체의 반발 등이 이 대통령의 ‘속도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누구의 탓을 할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 사회 전체가 코 앞에 닥친 위기를 지나치게 얕잡아 보고 있는 듯하다. 1997년 위기가 경험으로 쓴 약이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기 둔감증’만 확대시킨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