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읍소보다 믿음 줘야 기업 투자 살아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25일 경제5단체장과 만나 투자ㆍ고용 활성화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이례적으로 공정거래위원장ㆍ금융위원장ㆍ국세청장 등 경제사정기관장들도 총출동해 경기를 살려보자는 의지와 절박감이 읽혀진다. 8분기 연속 0%대 저성장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글로벌 금융ㆍ외환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이 아닌가. 기업이 투자에 나서야 경기가 살아나고 일자리도 생긴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정치권 빰치는 정부의 경제민주화 과잉입법 드라이브, 세무조사ㆍ검찰수사를 앞세운 세수확충 및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의 부작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공정위만 해도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회사에 대한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를 경제력 집중 억제 차원에서 제재하려다 재계와 여당으로부터 "경영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과잉입법"이라는 비판을 받고서야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고용ㆍ임금 유연성을 높이는 데는 소홀한 채 정년연장 법안 처리를 주도하고 근로시간 단축, 시간제 일자리 보호 법안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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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갈지자 행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과 국정과제가 들쑥날쑥했던데다 '고용률 70%' 공약에 매몰된 탓이 크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관련정책이나 입법활동이 기업경영이나 투자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왜곡되거나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정리한 만큼 정책에 혼선이 일지 않도록 경제팀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말보다 실천으로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야 기업의 의구심과 불만을 해소하고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 출발점은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과잉입법 저지에 힘쓰는 것이다.

현 부총리가 경제단체장들에게 투자와 고용확대를 촉구한 것은 벌써 두번째다. 정작 중요한 것은 부탁이나 읍소가 아니라 여건마련이다. 그마저 힘들다면 최소한 믿음이라도 줘야 한다. 읍소보다 신뢰를 줘야 기업의 투자가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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