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자동차보험의 검은 선택] 10명중 7명꼴 "교통사고 운전자·보험사기 처벌 강화 필요"

국회의원·공무원·직장인등 600명 설문<br>보험처리한 뺑소니·경미한 사고 "사기·범죄 행위여부 몰라" 44%<br>62%가 "수리비 과잉청구 경험"<br>안전의식 높이기 위한 조치로 절반가량 "범칙금 강화" 꼽아



'교통사고 운전자에 대한 제재 수준을 높여야 한다.'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서울지역 직장인 500명과 자동차보험 관련 부처(청와대ㆍ국토해양부ㆍ보건복지부ㆍ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 등) 공무원 및 국회의원(정무위원회)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얻은 결론이다. 지난 2007년부터 늘고 있는 교통사고와 자동차보험을 둘러싼 모럴해저드(도덕 불감증)를 막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지금보다 강력한 제재와 처벌을 원한다는 답변에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담겨 있다. ◇사고ㆍ보험사기 처벌 강화해야=이번 설문에서 교통사고를 야기한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준과 관련해 직장인의 43.2%는 '조금 강화해야 한다', 27.9%는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답해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27.5%)'를 크게 앞질렀다. 자동차보험 소비자 10명 중 7명은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 수준을 현행보다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별도로 집계한 공무원(국회의원 포함)의 응답에서는 '조금 강화해야 한다(51.2%)'에 이어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41.9%)'와 '대폭 강화해야 한다(7.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교통안전의식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로는 응답자의 절반가량(47.8%)이 '범칙금 강화 등 교통 관련 법 강화'를 꼽았다. 이어 '교통시스템 개선' 24.5%, '법규위반에 대한 강력한 단속' 17.4%, '교통사고 신고' 9.8% 등으로 집계됐다. 똑같은 질문에 대해 공무원들은 '범칙금 강화(51.9%)'와 '교통시스템 개선(18.5%)' '교통사고 신고(14.8%)' '강력한 단속(14.8%)' 등을 꼽았다. 교통시스템 개선이나 경찰의 강력한 단속보다는 시민의 자율적인 신고정신에 좀 더 무게를 두겠다는 의도로 비춰진다. 자동차보험금 누수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보험사기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5.7%가 '강력한 처벌'을 가장 필요한 조치라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이어 '조사 강화(14.9%)' '홍보 강화 및 의식 제고(14.0%)' 등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손해보험협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기는 전문적이면서도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데다 사기범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보다 강력한 처벌수단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보험사기의 증가세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도 모럴해저드에 빠져=자동차보험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일반 직장인들은 정비공장의 과잉ㆍ허위 수리 및 속칭 '나이롱환자'의 증가(34.3%)를 꼽았다. 이어 보험사기에 따른 보험금 누수(22.5%), 보험사 방만한 경영(17.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보험 소비자들은 보험금을 둘러싼 검은 선택을 보험료 인상의 주범으로 지목했으며 보험사의 안이한 대처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 격이다. 특히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은 이번 설문에서 자동차보험 소비자의 상당수가 모럴해저드의 유혹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미한 사고나 가해자를 모르는 사고를 보험 처리하도록 권유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30.9%를 차지했으며 이들 중 권유 받은 대로 보험으로 처리한 경우는 51.9%에 달했다. 또 경미한 사고나 가해자불명 사고를 보험처리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4.1%는 자신의 행위가 보험사기나 범죄로 다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 가입자 중 일부가 아무리 작은 교통사고라도 '보험으로 처리해야 유리하다'는 인식 아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경미한 교통사고 때 입원을 요구 받거나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도록 설명을 들은 적인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3.7%에 달했다. 이들은 불필요한 입원 사유로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74.8%)'라고 답해 '다른 사람도 입원하니까 입원하는 게 당연하다(12.9%)'와 '주변 사람의 권유나 병원의 권유(8.6%)' 등을 압도했다. 교통안전에 대한 의식 수준도 위험 수위에 근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절반 이상은 우리나라 교통법규 준수 수준을 '낮다(47.6%)'와 '매우 낮다(6.3%)'고 답했다. 우리나라 교통법규 준수 수준이 낮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전반적인 안전불감증(47.7)'과 '나만 지키는 것은 손해라는 생각(35.6%)' 등을 지적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법과 규정을 제대로 지키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사회 전반에 모럴해저드를 낳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보험사기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비업체ㆍ병원에 대한 불신 커=이번 설문에서 의료기관과 자동차 정비업체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도 상당했다. 자동차보험 환자의 진료비와 건강보험 환자의 진료비가 똑같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응답자의 96.9%는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손해보험업계와 의료계가 진료수가 차이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대부분 진료수가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또 차량수리 때 자동차 정비공장이 필요 이상의 정비나 수리비용을 청구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는 답변이 61.7%를 차지했으며 '대체로 그렇다'도 32.0%에 달했다. 응답자 100명 중 무려 94명이나 자동차 정비업체를 불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정비업체에 대한 감독과 제도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일반인 응답자들은 정비공장의 과잉ㆍ허위 수리와 과도한 수리비 청구 등을 막기 위해서는 '수리내용 및 허위청구를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제도 도입(44.2%)'과 '정비업체에 대한 영업정치ㆍ취소 등 강력한 제재(35.6%)' '정부의 실효성 있는 단속(13.3%)' 등을 우선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공무원들도 제도개선(55.8)과 강력한 제재(37.2%)를 시급한 대책으로 꼽으면서도 정부 단속(4.7%)에 대한 선호도는 일반인보다 낮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