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운전자에 대한 제재 수준을 높여야 한다.'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서울지역 직장인 500명과 자동차보험 관련 부처(청와대ㆍ국토해양부ㆍ보건복지부ㆍ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 등) 공무원 및 국회의원(정무위원회)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얻은 결론이다. 지난 2007년부터 늘고 있는 교통사고와 자동차보험을 둘러싼 모럴해저드(도덕 불감증)를 막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지금보다 강력한 제재와 처벌을 원한다는 답변에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담겨 있다. ◇사고ㆍ보험사기 처벌 강화해야=이번 설문에서 교통사고를 야기한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준과 관련해 직장인의 43.2%는 '조금 강화해야 한다', 27.9%는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답해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27.5%)'를 크게 앞질렀다. 자동차보험 소비자 10명 중 7명은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 수준을 현행보다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별도로 집계한 공무원(국회의원 포함)의 응답에서는 '조금 강화해야 한다(51.2%)'에 이어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41.9%)'와 '대폭 강화해야 한다(7.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교통안전의식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로는 응답자의 절반가량(47.8%)이 '범칙금 강화 등 교통 관련 법 강화'를 꼽았다. 이어 '교통시스템 개선' 24.5%, '법규위반에 대한 강력한 단속' 17.4%, '교통사고 신고' 9.8% 등으로 집계됐다. 똑같은 질문에 대해 공무원들은 '범칙금 강화(51.9%)'와 '교통시스템 개선(18.5%)' '교통사고 신고(14.8%)' '강력한 단속(14.8%)' 등을 꼽았다. 교통시스템 개선이나 경찰의 강력한 단속보다는 시민의 자율적인 신고정신에 좀 더 무게를 두겠다는 의도로 비춰진다. 자동차보험금 누수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보험사기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5.7%가 '강력한 처벌'을 가장 필요한 조치라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이어 '조사 강화(14.9%)' '홍보 강화 및 의식 제고(14.0%)' 등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손해보험협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기는 전문적이면서도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데다 사기범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보다 강력한 처벌수단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보험사기의 증가세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도 모럴해저드에 빠져=자동차보험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일반 직장인들은 정비공장의 과잉ㆍ허위 수리 및 속칭 '나이롱환자'의 증가(34.3%)를 꼽았다. 이어 보험사기에 따른 보험금 누수(22.5%), 보험사 방만한 경영(17.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보험 소비자들은 보험금을 둘러싼 검은 선택을 보험료 인상의 주범으로 지목했으며 보험사의 안이한 대처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 격이다. 특히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은 이번 설문에서 자동차보험 소비자의 상당수가 모럴해저드의 유혹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미한 사고나 가해자를 모르는 사고를 보험 처리하도록 권유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30.9%를 차지했으며 이들 중 권유 받은 대로 보험으로 처리한 경우는 51.9%에 달했다. 또 경미한 사고나 가해자불명 사고를 보험처리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4.1%는 자신의 행위가 보험사기나 범죄로 다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 가입자 중 일부가 아무리 작은 교통사고라도 '보험으로 처리해야 유리하다'는 인식 아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경미한 교통사고 때 입원을 요구 받거나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도록 설명을 들은 적인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3.7%에 달했다. 이들은 불필요한 입원 사유로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74.8%)'라고 답해 '다른 사람도 입원하니까 입원하는 게 당연하다(12.9%)'와 '주변 사람의 권유나 병원의 권유(8.6%)' 등을 압도했다. 교통안전에 대한 의식 수준도 위험 수위에 근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절반 이상은 우리나라 교통법규 준수 수준을 '낮다(47.6%)'와 '매우 낮다(6.3%)'고 답했다. 우리나라 교통법규 준수 수준이 낮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전반적인 안전불감증(47.7)'과 '나만 지키는 것은 손해라는 생각(35.6%)' 등을 지적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법과 규정을 제대로 지키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사회 전반에 모럴해저드를 낳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보험사기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비업체ㆍ병원에 대한 불신 커=이번 설문에서 의료기관과 자동차 정비업체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도 상당했다. 자동차보험 환자의 진료비와 건강보험 환자의 진료비가 똑같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응답자의 96.9%는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손해보험업계와 의료계가 진료수가 차이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대부분 진료수가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또 차량수리 때 자동차 정비공장이 필요 이상의 정비나 수리비용을 청구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는 답변이 61.7%를 차지했으며 '대체로 그렇다'도 32.0%에 달했다. 응답자 100명 중 무려 94명이나 자동차 정비업체를 불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정비업체에 대한 감독과 제도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일반인 응답자들은 정비공장의 과잉ㆍ허위 수리와 과도한 수리비 청구 등을 막기 위해서는 '수리내용 및 허위청구를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제도 도입(44.2%)'과 '정비업체에 대한 영업정치ㆍ취소 등 강력한 제재(35.6%)' '정부의 실효성 있는 단속(13.3%)' 등을 우선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공무원들도 제도개선(55.8)과 강력한 제재(37.2%)를 시급한 대책으로 꼽으면서도 정부 단속(4.7%)에 대한 선호도는 일반인보다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