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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시인 김용택 부부가 주고받은 사랑 편지

■ 내 곁에 모로 누운 사람 (김용택·이은영 지음, 마음산책 펴냄)


"때로 너를 생각하는 일이 하루 종일이다. 너 아니면 내가 어디로 돌아갈까. 내 곁에 앉은 주름진 네 손을 잡고 한 세월 눈 감았으면 하는 생각, 너 아니면 내 삶이 무엇으로 괴롭고 또 무슨 낙이 있을까." <김용택의 시 '삶' 중에서> '섬진강 시인' 김용택 씨가 아내 이은영 씨와 주고 받은 편지 83통을 엮어 책으로 펴냈다. 올해로 26년차 부부인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 배우자의 인연을 맺었다. 김용택 시인이 부친상을 당했을 때 동생 친구인 이 씨를 처음 만났다. 인사 한 마디를 나눈 사이였지만 이 씨는 김 시인을 잊지 못했다. 이 씨는 김 시인의 시골집을 다시 찾아갔다. 부부가 만난 이야기도 편지에 소개된다. 햇살이 맑던 겨울 어느 날 당신을 찾아갔지요. "선생님, 저랑 같이 살면 안 돼요?" "은영아, 제정신이냐? 내가 나이가 몇인 줄 알아?" "네, 서른 여덟요." "너는?" "스물넷이요." "정신 차려라. 부모님을 생각해야지." 그래도 당신이 말은 그렇게 해도 약간 흔들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아내의 편지 중에서) 부부는 편지를 교환하며 소소한 일상에 대한 느낌을 나눴으며 계절과 자연의 변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았다. 책은 입대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 미국에서 힘겹게 공부해 대학에 들어간 딸에 대한 걱정 등 부부가 자녀를 키우면서 걸었던 기대와 염려도 함께 전하며 남녀가 부부의 인연을 맺어 자식을 키우고 늙어가는 과정을 차분하게 담고 있다. 중년 부부의 이혼율이 27.3%로 4년차 이하 부부(25%)를 앞서며 부부가 백년해로한다는 게 참으로 어려워진 요즘 한 이불에서 20년 넘게 살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 동반자가 남긴 평범한 편지들이 특별한 울림을 전해준다. 1만 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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