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정건전성 위한 최대 과제는 포퓰리즘 차단

이명박 대통령이 재정건전성을 최우선 잣대로 삼아 내년 예산편성 기조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지시함에 따라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예산 요구를 차단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이례적으로 재정정책회의에 참석해 "그리스가 10년 전에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 지금 고통을 받고 있지 않냐"면서 "오늘 세운 정책이 10년 후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책임감을 가지고 정부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때보다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겪고 있는 세계경제의 불안이 기본적으로 주요국의 재정적자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예산요구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만 해도 얼마 전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한 당정협의회에서 총 10조원 규모의 '민생예산' 추가 편성을 요구한 바 있다. 내년 선거를 겨냥해 대학등록금 인하와 노령연금 및 보육비 대폭 인상 등 이른바 포퓰리즘적 정책을 위해 대규모 예산을 편성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법을 어겨가며 저축은행 피해보상 한도를 늘리겠다는 것 역시 재정에 부담을 주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각 부처에서 요구하고 있는 예산에다 정치권의 요구안까지 반영할 경우 내년 예산 증가율은 1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건전성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예산당국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내년 선거를 앞두고 갈수록 가열되고 있는 정치권의 포퓰리즘과 이를 위한 예산요구 압력을 차단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결국 이 같은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예산당국을 중심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공감대와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중기 재정운용계획을 엄격하게 집행함으로써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각 부처가 방만한 예산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정치권의 예산요구 압력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예산당국과 청와대 간의 유기적인 공조체제를 통해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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