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L벨트'의 꿈과 현실] <5·끝> 무한질주 L벨트, 방향전환 필요

"더 늦기 전에 원점서 재검토해야" <br>수요보다 공급측면 치중, 일본식 실패 우려<br>"땅은 파지않고 계획만…" 외자유치도 한계<br>경제여건등 감안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L벨트'의 꿈과 현실] 무한질주 L벨트, 방향전환 필요 "더 늦기 전에 원점서 재검토해야" "엄청난 후유증 불보듯… 시한폭탄 될수도"땅값도 너무올라 레저시설 입지로 부적합경제연건등 감안 '선택과 집중' 전략 세워야 특별취재팀=김영기기자 이종배기자 현상경기자 young@sed.co.kr 전국의 땅값을 골고루 치솟게 하는 악역을 하면서도 정작 그 성공 가능성은 의심받고 있는 'L벨트'는 앞으로 과연 어떤 운명을 겪을 것인가.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정부는 L벨트 프로젝트를 현실은 전혀 고려치 않은 채 정치적 논리에 입각해 강해하려 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엄청난 후유증을 불러올 게 불을 보듯 뻔하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서남해안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서 소장은 "J프로젝트에 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헛된 꿈"이라며 "카지노를 넣고 경륜장을 유치하고 골프장을 설치해도 사정은 전혀 다르지가 않다"고 충고했다. 골프장의 경우 수도권 지역도 땅값이 평당 10만원을 넘으면 채산성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 이미 서남해안은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 남발에 땅값이 이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레저지설 입지로 적합하지 않은 상태다. 경제적 시각에 입각, 정치권에 충고를 해줄 경제부처들은 아예 두손 두발을 놓은 상태다. LG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경제수석 부처인 재정경제부는 물론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건설교통부 등 정부의 어느 부처도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 있다"며 "부작용을 누가 책임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한발 더 나아가 재정경제부ㆍ건설교통부ㆍ문화관광부 등은 공동으로 J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복합관광레저도시 추진기획단'을 발족했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를 연상케 할 정도다. 이 같은 상황 전개를 고려해볼 때 L벨트 프로젝트가 한국경제에 시한폭탄으로 작용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적지않다. 문제는 한국경제가 L벨트로 인해 감당해야 될 부작용이 일본 못지않을 것이라는 점. 우선 예상할 수 있는 게 전국적인 부동산 버블이다. 강남과 개발예정지역을 중심으로 집ㆍ땅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행정도시 사업도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서남해안 개발이 전국적인 부동산 버블의 단초를 제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외자유치 실패, 민간자본 외면 등으로 개발은 이뤄지지 않고 거창한 계획만 있는 상태가 수십년간 지속된다면…. 이로 인해 나타날 피해도 만만치 않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L벨트가 가져올 경제적 피해 규모는 수십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해볼 때 L벨트 프로젝트에 대해 다시 한번 면밀히 검토해야 된다"며 "원대한 구상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으로 개발계획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선 입지다. 관광ㆍ레저시설은 시장성을 갖춘 대도시 지역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만 대상으로 테마파크는 운용될 수 없다. 근거리에 두터운 수요층이 확보되지 않으면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된다. 즉 막연하게 세계적 수요나 타지역 수요 등에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강력한 테마성 확보도 관건이다. 일본의 사례에서 볼 때 매력적인 테마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관광ㆍ레저도시는 외면받게 마련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도 현재보다 축소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권고다. 정부와 지자체가 관여하면 실제 수요에 기반을 두지 않은 채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자치제하에서 이런 사례는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ㆍ지자체의 깊은 관여는 필연적으로 세금으로 이익을 보장해주는 구조를 만들게 된다. 정부 등은 행정적 지원만 하고 민간 사업자가 주도해야 시장에 맞는 사업 규모의 조절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고려해야 할 것은 경기 상황. 거시경제 불황과 건설경기 침체가 일본처럼 장기불황으로 진전될 가능성은 현재로서 낮다. 그러나 정부가 5% 성장률 달성을 포기하는 등 경기 불황기간은 정부 예측보다 길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 소장은 "경기 변동을 감안해 중장기적으로 정확한 수요에 기반을 두고 점진적으로 투자가 진행돼야 한다"며 "제반여건을 고려해볼 때 서남해안 한 곳만 제대로 된 국제적인 관광지역으로 개발하고 나머지 지역은 다른 컨셉트로 바꾸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규모도 대폭 축소해야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전략에 대해 금융허브 명칭 변경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현실을 인정한 셈이다. "배를 타고 다니면서 골프를 치고…." J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가 무릉도원 환상에서 깨어나는 게 무엇보다 급선무인 것 같다. 입력시간 : 2005/06/0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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