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의 부인 미유키 여사의 한류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한류 팬’으로 알려진 미유키 여사는 9일 짧은 서울 체류기간에도 한류 현장을 찾아 한국 전통문화의 멋과 맛을 즐겼다.
미유키 여사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총리가 양자회담을 진행하는 동안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짧은 환담시간을 가진 뒤 곧바로 서울 와룡동 한국전통음식연구소를 방문, 전통 떡과 김치광 등 전시물을 둘러보고 김치 담그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미유키 여사는 행사장에 도착하자마자 앞치마를 입고 소매를 걷어붙이면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해 연구소 관계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특히 미유키 여사는 김 여사가 비닐장갑을 끼라고 건네주자 “맨손으로 하겠다”고 의욕을 보였으며 절여진 배추 등을 먹으면서 능숙한 한국말로 “맛있어요”를 연발하기도 했다.
미유키 여사는 또 고춧가루를 보고는 “한국의 고추는 달게 느껴진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배추소를 먹은 뒤 김 여사가 “매우실텐데…”라고 걱정하자 “괜찮아요”라고 웃는 등 평소 김치를 많이 접했음을 은근히 자랑하기도 했다.
김치 담그기가 끝난 뒤 미유키 여사는 김 여사가 절인 배추에 양념을 싸서 직접 자신의 입에 넣어주자 다시 한국말로 “밥도 주세요”라고 익살스럽게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다시 청와대로 돌아온 미유키 여사는 경내 상춘재에서 열린 오찬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보면 (한국인들은) 가족을 중시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김 여사는 “부모와 자녀가 항상 대화하고 마주하는 스킨십이 중요하다”며 “우리 내외도 평소 쉬는 날에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앞으로 하토야마 총리가 방한할 때는 꼭 부인을 동반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찬에는 우리 전통음식과 함께 건배주로 자색고구마 막걸리가 곁들여 졌다. 특히 오찬 중에 와인이 나오자 하토야마 총리 내외는 “막걸리로 계속하겠다”면서 와인을 물렸으며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차례로 맛보면서 “정말 맛있다”를 연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정보다 약 30분 길어져 약 1시간30분간 진행된 이날 오찬에 앞서 하토야마 총리는 방명록에 ‘우애(友愛)’라고 적어 한국과의 우의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유키 여사도 김 여사에게 ‘태극 문양’으로 구성한 꽃다발을 전달했다.
특히 하토야마 총리는 “며칠 전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 선수를 만났는데 이 대통령에게 선물을 전해달라고 부탁하더라”면서 이 선수가 사인과 함께 ‘이 대통령께’라고 직접 쓴 흰색 유니폼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하토야마 총리의 모친에게는 특별히 한글이 새겨진 커피잔 세트를 선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