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Super Bowl)이 온다
슈퍼볼은 미국프로풋볼(NFL)의 챔피언결정전. 미국민의 4분의3이 시청한다. 사실 슈퍼볼은 경기만 보면 그들만의 축제다. 공을 안고 무조건 질주하며 ‘땅 따먹기’하는 미식축구는 미국민의 개척정신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스포츠다. 외국인의 시각에서는 웬만한 마니아가 아니고서는 빠져들기 어렵다. 하지만 경기장 밖으로 눈을 돌리면 슈퍼볼은 더 이상 그들만의 축제가 아니다. 전 세계가 참여하는 ‘광고전(戰)’으로 성격이 확대된다.
올해로 46회째를 맞은 슈퍼볼은 5일 오후6시30분(한국시간 6일 오전8시30분) 인디애나폴리스의 루카스오일 스타디움에서 막을 올린다. 미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 대(對) 보스턴 레드삭스 전(戰)에 비유되는 뉴욕 자이언츠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4년 만에 격돌하는 경기다.
팽팽한 분위기를 반영, 올해 슈퍼볼 중계에 붙는 광고의 단가는 30초에 350만달러(약 39억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보다 50만달러나 오른 것이다. 1초에 11만6,667달러(약 1억3,000만원)다. 그런데도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이번 슈퍼볼을 중계하는 NBC는 2억800만달러(약 2,300억원)의 수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차-폭스바겐ㆍ삼성전자-애플, 한판 붙자=CNBC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슈퍼볼 광고지출이 가장 많았던 기업은 버드와이저 맥주를 만드는 앤호이저-부시 인베브로 2억3,900만달러를 썼다. ‘톱10’ 중 한국기업도 있다. 현대자동차는 3,880만달러로 9위. 슈퍼볼 광고에 뛰어든 게 2008년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큰 액수다. 현대차는 올해 처음으로 60초짜리 광고도 내보내면서 슈퍼볼 광고비로만 2,100만달러(약 230억원)를 썼다. 역대 슈퍼볼 광고주요 고객인 폭스바겐과의 ‘장외 광고전’을 예고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앙숙관계인 애플을 정조준하고 있다. 처음으로 슈퍼볼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1,050만달러(약 117억원)를 들여 사상 유례없는 90초짜리 광고를 선보일 예정이다.
◇소문난 잔치, 그런데 먹을 게 없다?=경기 당일 입장권은 2,198달러(약 240만원)부터 44만5,000달러(약 5억원)까지. 슈퍼볼은 그것도 모자라 미디어데이를 포함해 경기 전날까지 열리는 각종 행사에도 티켓 값으로 25~125달러를 받는다. 이렇다 보니 슈퍼볼이 그만한 돈을 지불하고 볼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어마어마한 광고단가와 함께 명승부에 대한 기대가 어느 해보다 큰 올해는 더욱 그렇다.
블리처리포트는 “경기 당일에도 무수한 브랜드의 식전 쇼가 펼쳐지고 하프타임에는 어정쩡한 콘서트가 열린다”면서 “하지만 정작 경기내용은 실망스럽다. 역대로 10점차 이상 벌어진 승부가 28차례나 된다. 슈퍼볼은 한껏 과대 포장된 이벤트”라고 꼬집었다. 또 포브스는 “슈퍼볼 광고는 정신 나간 유머와 무엇을 광고하는지 모를 애매모호한 것들로 꽉 차있다. 거기서 거기인 게 많다”고 비난했다. 큰돈을 들여 따낸 광고계약이다 보니 무리수를 두게 되고 그렇게라도 튀어보려는 노력이 오히려 식상함을 자초한다는 것이다. 슈퍼볼의 순수 경기시간은 60분, 광고시간은 그에 육박하는 40분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