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이 외국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중국 철강업체를 인수했다. 업계1위 회사가 세계 최대 철강 소비국인 중국에 교두보를 마련한 사실은 글로벌 철강업체간 경쟁을 더욱 촉발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아르셀로미탈이 중국의 차이나 오리엔탈 그룹의 지분 73%를 17억 달러에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차이나 오리엔탈은 중국 북부에 연간조강능력 400만톤 규모의 중형 제철소를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지난 2006년 세계 철강업계 1위인 미탈스틸이 2위인 아르셀로를 합병해 탄생한 아르셀로미탈은 세계 철강 소비의 35%를 차지하는 중국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세계 철강업계는 아르셀로미탈ㆍ신일철ㆍJFEㆍ포스코ㆍ바오산강철 등이 패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들 회사는 글로벌 인수ㆍ합병(M&A)은 물론 전략적 제휴 등 합종연횡(合從連衡)을 통해 서로 견제하고 협력하며 철강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상위 철강업체 '빅5'의 시장 점유율은 20%에 그치고 있어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공격적인 확장 전략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ㆍ인도 등 이머징마켓 중심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이들 지역의 공략이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중국정부는 철강산업을 국가 보호산업으로 규정, 외국 업체가 인수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인수작업 역시 버뮤다에 근거를 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비밀리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 홍콩 증시에 상장된 차이나 오리엔탈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중국 당국의 견제를 피한 것이다. 차이나 오리엔탈은 민간 소유이면서 동시에 중국 본토 이외의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유일한 중국 기업이기 때문에 인수가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번 거래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아르셀로미탈 M&A팀의 뛰어난 능력이 발휘된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홍콩의 한 애널리스트는 "락시미 미탈 회장이 결국 뒷문을 통해 중국시장 진출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이뤘다"며 "중국 정부가 이번 지분 인수에 대해 개입하지는 않겠지만 추가 인수 등 확장에는 엄격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