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4월 24일] 삼성 도약의 계기 되길

전문경영과 오너경영의 장단점은 마치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의 비교 경우처럼 한쪽의 장점이 다른 쪽의 단점이 되고, 한쪽의 단점이 다른 쪽의 장점이 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론적인 연구를 보아도 오너경영자의 지분이 증가할수록 성과가 좋아진다는 ‘이해일치가설’이 있는가 하면 오너경영자의 지분이 증가할수록 기업가치가 하락한다는 ‘경영자 안주 가설’도 존재한다. 이처럼 기업소유지배구조문제는 항상 일치된 결론이 존재한다기보다는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가능하다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접근이다. 한국에서 대기업 집단문제는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세계 유례가 없는 짧은 기간에 압축적 성장을 하다 보니 기업의 크기도 경제규모에 비례해 급격히 성장해왔고 그 과정에서 몸이 빨리 자라는데 옷은 그에 맞지 못하는 상황처럼 여러 가지 부분에 있어서 삐걱거리는 상황이 나타났다. 대기업 집단에 대해서는 황제ㆍ세습ㆍ선단 경영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계속 제시돼왔고 삼성의 경우 사실상의 무노조 경영까지 합쳐져서 더욱 강한 반감에 직면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집단이 위기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상당한 수준의 구조조정 압력에 노출됐고 이때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경영기획실 내지는 비서실이 ‘구조조정본부’로 일제히 이름을 바꾼 바 있다. 그러나 위기를 맞으면서 좌초를 한 그룹이 있는가 하면 삼성처럼 위기국면에서 더욱 경쟁력이 제고되면서 위기 이후에 더욱 강해진 기업이 있는 것을 보면 소위 계열경영이 가진 장점도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해볼 수가 있다. 그러나 대내외적 비판이 거세다 보니 이에 대해 보다 강력하게 대응을 할 필요가 존재했고 이 과정에서 구조본의 힘이 더욱 강해지고 총수의 신임을 받는 가신그룹이 이러한 대응과정을 주도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결국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로 검찰조사과정에서 그룹의 사령부 격인 구조본 내지는 전략기획실이 그동안 추진했던 정책들의 실체가 상당 부분 밝혀지게 됐고 결국 이건희 회장이 전격적으로 퇴임하는 등 급격한 상황변화로 이어졌다. 이 회장 및 관련 경영진의 퇴임, 전략기획실의 해체, 순환출자구조 해소, 은행업 진출 포기 등 이번에 제시된 패키지는 가히 충격적이라 할 만하다. 결국 이번 사태로 카리스마를 가진 총수와 그를 둘러싼 가신그룹 중심의 중앙집중적 계열경영체제가 퇴조하고 계열사들 간에 경영 독립성이 상당 부분 제고되면서 새로운 경영모델이 나타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만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엄청난 상황에서 이 브랜드 가치를 공유하면서 독립 경영을 추구하는 그룹사 간 ‘따로 또 같이’의 모델이 일반화되는 계기 또한 마련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으로서의 삼성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효율적이 되고, 더욱 강해졌듯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몇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주주와 경영자 간에 합리적인 논의를 통해 가장 효율적인 대안들이 제시되기를 바란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계열사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한 정보공유와 코디네이션이 이뤄지면서 각종 전략과 대응방안이 차질 없이 마련돼야 한다. 대통령제와 내각제가 각각 장단점이 있듯 오너경영과 전문경영도 어느 쪽이 일방적으로 우월하다는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 따라서 순기능을 최대한 살리고 역기능을 최대한 보완한다면 그룹사 간의 전문 독립 경영체제적 요소의 도입이 상당한 장점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계기가 외부적 충격에 의해 마련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삼성이 어려운 상황을 잘 헤쳐나감으로써 보다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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