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토요 Watch] 문화 소비시장 주역이 바뀐다

뜨는 아이돌? 우리에게 물어봐!







10대
굿닥터·연가시·월드워Z 등 드라마·영화 트렌드 이끄는 청소년 입소문 타고 대박

40대
피터팬 증후군 빠진 아저씨·삼촌팬 늘며 크레용팝·SNL코리아·썰전 등 인기 쑥쑥



70대
꽃보다 할배·마마도 원로배우 활약으로 시니어가 앞장서 젊은층과 호흡하고 소통


그 동안 20~30대 젊은 층이 주도하던 문화 시장이 10대, 40대, 70대를 중심으로 분화되고 있다. 문화상품을 만들 때도 달라진 문화시장 지형도를 익히고 그에 걸맞게 접근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 10대, 문화 상품 소비 결정한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김예현(11) 양은 지난 8월말 친구 초청으로 뮤지컬 '하이스쿨뮤지컬'을 보러 갔던 기억을 떠올릴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 김 양은 "주변 친구들이 모두 이 뮤지컬을 보러 갔다고 자랑해 부모님에게 졸라 친구랑 함께 관람했다"며 "친구들과 대화가 통하려면 드라마 '너목들'(너의 목소리가 들려)이나 굿닥터 시청은 필수고, 그때 그때 인기 있는 영화나 뮤지컬도 봐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10대 청소년 집단이 문화적 취향이 뚜렷해지면서 트렌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개봉된 영화의 경우 시사회 직후 언론의 반응은 냉담했지만 기대 이상의 흥행 성적을 거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작품이 지난 6월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다. 간첩을 소재로 한 데다 설정이 유치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흥행은 무리라는 관측이 주류였다. 하지만 670만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며 올 상반기 흥행작 순위에 이름을 당당히 올렸다. 지난 해 6월 영화 '연가시'도 비슷했다. 휴가철을 앞둔 시기에 기생충을 소재로 한 영화가 대중한테 어필하겠냐는 회의론이 컸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가볍게 제치고 전국 450만 관객을 동원했다. '연가시'는 10대 사이에서 유행했던 꼽등이, 연가시 괴담을 기초로 만들어져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사랑에 빠진 로맨틱 좀비를 앞세운 '웜 바디스'가 150만명을 동원했던 것이나 좀비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 '월드워Z'가 400만명 기록을 세운 공로도 10대로 돌리고 있다. 이러한 예상치 못한 흥행 배경으로 10대의 힘을 꼽을 수 있는데, 입소문을 전파시키는 위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10대는 40~50대 부모 관객의 영화나 공연 관람 패턴까지 좌우한다. 김대희 CJ CGV 홍보팀장은 "10대 사이에 인기 있는 상품은 반드시 뜬다는 게 통념처럼 굳어지면서 '유행풍향계'인 10대의 취향을 따라 하는 40대 '무수리' 집단까지 생기는 추세"라고 말했다.


■ 40대, 탄탄한 경제력으로 B급 문화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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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통신사에 다니는 김진수(43) 차장은 최근 회식 자리에서 크레용팝의 '빠빠빠'를 부르며 직렬 5기통 춤을 춘다. 처음에 신입 사원들이 부르던 것을 유심히 보던 김 차장은 단순한 리듬과 율동에 푹 빠져 이제는 '팝저씨'(크레용팝+아저씨)가 됐다고 전한다. 김 차장은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유행할 때는 말춤을 일부러 배웠고,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되는 '썰전'이나 'SNL 코리아' 등 대표적인 B급 프로그램 시청도 내 또래엔 필수"라고 말했다.

40대 중년층이 'B급 문화'에 푹 빠져 들고 있다. 최근 각종 논란과 함께 독특한 안무(직렬5기통 춤)를 앞세워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걸그룹'크레용팝'에 40대 삼촌팬들의 열렬한 호응이 뒤따르고 있다. '팝저씨'라 불리는 이들은 트레이닝복에 헬멧을 쓰는 등 크레용팝 의상을 갖춰 입고 각종 공개 방송 등에 참석해 크레용팝을 응원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케이블채널 tvN에서 방영되고 있는'SNL 코리아'는'B급'을 표방한 대표적인 콘텐츠로 예능프로그램 시청과는 다소 괴리가 있었던 40대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겼다. 'SNL코리아'의 안상휘 CP(책임PD)는 "40대는 몸은 어른이지만 취향은 20∼30대에 맞춘 '피터팬 증후군'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어린 시절 향수로 20·30대 문화를 끊임없이 공감하고자 하는 욕구와 경쟁ㆍ스트레스로 가득한 생활에서 벗어나 단순 재미를 찾으려는 일탈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B급 문화 소비뿐만 아니라 문화 시장 전반에서도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40대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출판 베스트셀러 순위에선 40대 남성들의 뜨거운 지지에 힘입어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해냄)'가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돌풍을 잠재우며 1위에 올라섰다. 영화예매사이트 맥스무비가 지난 1~9월 현재까지 관객수 상위 30개 영화의 세대별 예매율을 분석한 결과, 40대 이상이 40%로 10대·20대·30대 등 여타 세대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티켓예매사이트 인터파크INT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뮤지컬 티켓 예매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서도 40대 이상 비중이 13%, 17.2%, 17.6%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 70대, 뒷방 신세서 문화 주류로 등장

#강남 잠원동에 사는 정인석(72) 씨는 지난 추석 연휴 기간 가족들과 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 기분이 좋았다. 케이블채널의 '꽃보다 할배'를 같이 보던 손주들이 "할아버지도 유럽 여행 가면 저렇게 길도 잘 찾고 영어를 할 수 있어? 다음에 나랑 여행 가자"고 말해 왠지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 정 씨는 "그 동안 노인들이 문화적으로 주목 받을 일이 없었는데, 최근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에서 주인공으로 활동하는 것을 보면 나도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지난 20일로 시즌1이 끝난 TV프로 '꽃보다 할배'는 '꽃할배', '할류'라는 신조어까지 낳았고, 케이블채널로는 이례적으로 평균 시청률 6.6%(닐슨코리아 케이블 가입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장안의 화제로 떠올랐다. 고령화 사회의 흐름 속에서 70대는 물론 20~30대 젊은 층의 감각에도 어필했다는 평가다. '꽃할배'의 평균 나이는 74세. 이순재(78), 신구(77), 박근형(73), 백일섭(69) 등 네 명의 원로 배우들이 가감 없이 보여주는 좌충우돌 유럽 배낭여행기는 인위적인 웃음이나 설정에 질려 있던 시청자들에게 참신하게 다가왔다. 꽃할배가 인기를 끌면서 한 대형 통신사는 이들을 모델로 내세운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다른 채널에서 방영되는 '엄마가 있는 풍경 마마도' 또한 60대 중반부터 70대 후반까지 여성 연기자 4명이 이야기를 이끌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이 방영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어느새 텔레비전 화면을 점령한 셈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시니어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한 일련의 콘텐츠 덕분에 최근 시니어도 젊은 세대들과 호흡하고 이들에게 먼저 소통의 손을 내밀고 있다"며 "문화 콘텐츠가 세대간 소통의 고리를 조금씩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면, 이는 단순 소통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그 가치가 유용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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