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외리포트] 日, 경기침체·취업난한파 얼어붙은 연말

올해 일본인들은 유독 추운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기온이 예년보다 떨어진 탓도 있지만, 그보다 꽁꽁 얼어붙는 경기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를 움추러들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대기업들이 3자리, 4자리수의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발표, 직장인들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는데다, 연말 상여금으로 두둑해져야 할 주머니는 예년보다 오히려 얇아졌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최근 실시한 자체조사에 따르면 올 겨울 들어 연말 보너스를 정한 기업들은 지급액을 지난해보다 2.7% 가량 낮춘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사정이 그나마 나았던 지난 봄 춘투에서 미리 연말 보너스 지급액을 결정한 기업들의 경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직원들의 보너스 봉투를 채워줘야 하기 때문에 재계 전체의 연말 보너스는 지난해에 비해 1.67%, 소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실상은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보다는 훨씬 어둡다는 것이다. 그런데 연말의 가계 형편은 어려워졌음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연말 연초를 맞이하기 위한 최고급 음식이 날개돋힌 듯 팔리고 있다. 가령 이맘때면 백화점 식품 코너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일본의 전통적인 정월 음식 오세치는 통상 2~3만엔 정도이지만, 올해는 무려 10만엔(약 100만원)에 달하는 최고급품에도 주문이 몰리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는 고급 제과점이 판매 개수를 제한해서 내놓은 1만엔짜리 고가 케?에도 주문이 쏟아져, 가게측이 부랴부랴 당초 예정보다 생산량을 늘리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경제 전반의 상황과는 반대로 일부에서 연말 특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미 테러사태의 여파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금까지 크리스마스부터 새해 연휴에 걸쳐 절정에 달하던 일본인들의 해외여행 러시가 올해는 뉴욕 테러사태와 그에 따른 국제정세 불안 때문에 제동이 걸렸다는 것. 예년 같으면 해외 휴양지에서 쓰이고 있을 돈이 올해는 국내 몫으로 돌아왔다는 얘기다. 연말 연초의 해외여행 수요는 미주지역을 중심으로 급감,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2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때문에 다른 해 같으면 넉넉하게 받은 연말 보너스를 하와이나 괌 등지에서 쓰고 있을 일본인들이 올 연말에는 집에서의 '작은'사치를 누리기 위해 비싼 정월 요리를 찾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거리를 크리스마스 조명이 환하게 비추고 가정에 비싼 정월상이 올라가도, 내년에도 이어질 경기침체와 고실업, 취업난을 걱정해야 하는 일본인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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