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등 한반도 상황을 왜곡한 외국산 게임들이 잇따라 국내에서 등급보류 판정을 받고 있다.
특히 북한 핵문제와 부시 대통령 재선 등으로 가뜩이나 전쟁위기설이 유포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지의 게임업체들이 북한과의 전쟁을 다룬 게임을 계속 내놔 한반도 불안을 부추긴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최근 세계적 게임업체 유비소프트(Ubisoft)의 군사 액션게임 '고스트리콘2(Ghost Recon 2)'와 일본 코에이사의 전략게임 '삼국지10'에 대해 등급보류 판정을 내렸다고 21일 밝혔다.
고스트리콘2는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하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등의 왜곡에다 북핵 문제로 인한 전쟁 발발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이유로 등급분류가 보류됐고, 삼국지10은 한반도 근처 군사거점으로 낙랑(樂浪)을 등장시켜 역사 왜곡과 문화 주체성 훼손 우려가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고스트리콘2는 북한의 군부 강경파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고 핵무기로 전쟁을 일으키려 하자 미군 특수부대가 투입돼 이를 저지한다는 내용의 게임이다.
이 게임의 국내 유통업체인 위자드소프트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한국시장을 위해 게임 내용을 수정하기 어려우며 다시 등급분류를 신청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 일단 이 게임의 한국 발매가 무산됐으나 삼국지10 국내 유통사인 코에이 코리아는 "본사와 협의해 수정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스트리콘 시리즈의 경우 미국의 유명 스릴러 작가인 톰 클랜시(Tom Clancy)의 원작에 기반한 인기 게임임을 감안하면 고스트리콘2가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그릇된 인상을 심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네티즌 'eziya'는 "미국 영화 등에서 아랍인 이미지가 테러리스트로 돼버렸는데 이제 북한이 영화나 게임에서 핵으로 세계를 위협하는 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이라크전 같은 전쟁이 북한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밖에 유비소프트의 '스플린터 셀 혼돈이론(Splinter Cell Chaos Theory)', 루카스아츠(LucasArts)의 '머서너리즈(Mercenaries)' 등 미국 특수요원이 북한 강경파의 핵전쟁 위협에 맞서 북한에 잠입해 전투를 벌이는 게임들이 내년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어 외국 게임업계의 '북한 죽이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