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지난 5월 말 국내 10여개 신문에 노르웨이 여행기사가 집중적으로 게재됐다. 노르웨이 관광청에서 팸투어를 통해 여행기자들의 노르웨이 여행을 주선했고 이들이 돌아와 기사를 한꺼번에 쏟아낸 것이다. 사진과 글들은 '겨울왕국' 노르웨이 찬가와 다름없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행취재에는 팸투어가 자주 활용된다. 우리말로 풀면 사전답사여행이다. 해당 국가의 정부나 관광업체가 돈을 댄 여행에 기자들이 참여해 취재한 후 기사화하는 것이다. 일방적인 홍보기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 주최자가 있어 안내한 대로 움직인다면 결국 좋은 것만 보고 먹고 즐기는 내용으로 기사화될 것은 뻔하다.
우리 정부가 해외 홍보에 100억원대의 예산을 퍼붓고 있는 것은 메르스 사태로 침체된 국내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다. '이렇게 좋은 경치와 쇼핑 거리가 있는데 메르스라는 허깨비 때문에 방한 기회를 놓친다면 분명 손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중국인 여행기자를 한국에 부른 '접대'에 불만을 토로했다는 한국인은 아직까지는 찾지 못했다.
그러면 거꾸로의 경우는 어떨까. 해외 관광청이 한국 여행기자를 불러 자국을 홍보하고 이를 한국 언론에 게재하게 했다면 말이다. 앞서 #2의 '노르웨이 건'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었다. 대부분 비판적인 내용이다. 신문들이 협찬을 받아 값비싼 '여행상품' 판매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는 해외 관광청·여행사의 팸투어에도 참가해봤고 해외 기자들의 국내 팸투어에도 끼인 적이 있다. 이런 일도 있었다. 해외 관광청의 협찬으로 그 나라를 방문했다가 여행기사를 썼다. 일부 부정적인 묘사를 집어넣었는데 이것은 내용 전개상 뺄 수 없는 것이었다. 해당 관광청 서울사무소로부터는 지금까지 연락이 없다.
국내 기자들의 해외여행 팸투어에 대해 비판하면서 해외 기자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같은 행동을 권장하는 것은 모순이다. 노르웨이 정부나 한국 정부나 모두 국익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팸투어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부는 결코 손해 보지 않는다. 여행기자들도 자비로 하기 어려운 취재여행을 하니 이익이다. 언론사도 비용을 안 들이고 신문·방송을 만들 수 있다. 부담이야 결국 이런저런 경비가 포함되고 과대 포장된 상품을 사는 여행소비자들이 치르는 것이다. /chs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