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의 성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러시아 연해주의 고려인 김 발레리아나(42) 씨에게 올 설 명절은 어느때보다 각별하고 소중하다. 교통사고로 중상을 당한 뒤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거동이 어려운 상태에서 생계조차 막막해 삶을 포기하다시피 했던 게 불과 3달전.
다행히 러시아의 고려인돕기 후원회를 통해 지난해 10월 대한민국 원주의 향토사학자 김호길(61) 씨에게 그녀의 소식이 전달되면서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원주 성지병원(이사장 안재홍)이 수술비를 포함한 치료비 전액을 흔쾌히 부담하고 나서 하겠다고 나선 것.
연해주로 강제 이주된 한국인 3.5세 김씨는 지난해 11월 27일 말로만 듣던 할아버지의 나라를 찾아 두번에 걸쳐 수술을 받아 앞으로는 정상인처럼 걸음을 걸을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분에 넘치는 대접과 사랑으로 새 삶을 찾고 설 명절을 따뜻하게 보낸데 대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한진기자 siccu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