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 한국인은 없다?`
외국인보유 주식비중 40% 돌파는 얼마전 한 애널리스트가 한 말을 실감나게 해준다.
외국인의 지분율 및 이에따른 시장 영향력 확대는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선진투자기법 도입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독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시장구조가 더욱 취약해지는 한편 우리 간판기업들에 대한 지분율이 계속 높아지면서 경영권 위협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국인 올들어 10조이상 순매수=외국인은 올들어 10조5,766억원어치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외국인의 한국주식 매수는 올들어 뮤추얼 펀드로 신규 자금이 계속 유입됐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 비해 이머징마켓쪽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이 자금이 대만과 한국에 집중 투입됐다.
전세계적인 경기회복 과정에서 급격한 유동성 증가와 함께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했으며 그 중에서도 회복 속도가 빠른 아시아 시장이 주 타깃이 된 것이다. 또 달러 약세 추세에 따라 자금을 운용할 장소로 한국 등 아시아가 선택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영권 위협, 지수왜곡 등 문제 많아=서울증권은 지난해 3월 액면가 기준 60%(1,5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당시 대주주인 소로스 계열 펀드는 이 배당으로 327억원의 현금을 챙겨 지난 1999년 투입했던 서울증권 경영권 인수자금 675억원의 절반 가량을 일시에 거둬들였다.
이 같은 배당 규모는 서울증권의 당기순이익을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회사는 배당금을 마련하느라 내부유보 자금을 거의 소진해야 됐다.
장인환 KTB자산운용사장은 “시가총액 상위기업들을 보면 대부분 외국인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 같은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있다”며 “배당은 물론 경영권에 이르기까지 감당하기 힘든 요구를 하게되는 등 외국인 주도 증시의 폐해가 심각한만큼 이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인 자금은 성격상 기업의 영속성보다는 자본이익에 관심이 많다”며 “지금은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그냥 있겠지만 나중에 주가가 지지부진하면 고배당이나 경영권 프리미엄 등의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수왜곡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종합주가지수는 현재 780선으로 저점 대비 50% 이상 상승했지만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체감지수는 이와 거리가 멀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제외한 지수는 29일 현재 712.72포인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인이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를 싹쓸이했기 때문으로 일부에서는 머지않아 이들 주식을 사고 싶어도 물량이 없어 사지 못하는 `우량주 품귀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영권방어 등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현재 일본의 외국인 비중은 12%선, 타이완은 20%대로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중 최고 수준으로 언제든 경영권 등과 관련한 문제가 불거질 개연성이 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장기투자 성격인 직접투자와 비교할 때 자본이득을 추구하는 주식투자 비중이 너무 높아 기형적”이라며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도록 정부가 유도를 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현재 외국인 우리나라에 대한 직접투자 비중은 1.98%에 불과한 반면 주식투자 비중은 34.04%에 달했다.
장인환 사장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허용하고 주식을 10년이상 장기보유할 경우 의결권을 2배로 확대하는 등의 경영권 방어 장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기석기자 hank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