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분유 값을 벌려고 화장품판매에 나서 15년 만인 지난 2004년 ‘연봉 12억 원의 부회장’ 신화를 이뤄냈던 박형미(45ㆍ사진)씨. 지난해 ㈜파코메리를 세워 대표이사 사장이 됐고 지난 17일 성대하게 창업발표회를 치러낸 그녀는 사람을 자주 놀라게 했다. 일단 ‘아담 사이즈’에서 쩌렁 쩌렁 울려 나오는 목소리가 그랬다. 문 밖에서는 분명 ‘천만 대군’에게 호령하는 장군일 것 같았는데 문 열고 나온 사람은 키도 크지 않고 날씬하며 화장품 회사 사장답게 피부가 고운 ‘천상 여자’였다. 걸쭉한 남도 사투리가 가끔 섞이는 자신감 넘치는 말투나 사람을 빨아들일 듯 바라보는 눈길도 체구만 보고는 기대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골프만 없으면 살겠다고 생각했었다”는 말도 뜻밖이었다. 사업상 타의에 의해 골프를 시작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면 다 치고 나오는 사람들이 부러웠을 정도”라고까지 할 줄은 몰랐다. 박 사장이 “한 7~8년을 끌려가듯 다녔다”고 할 정도로 골프를 싫어했던 것은 “시간은 돈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골프장 갔다 오는 시간까지 거의 하루를 써야 하는 한가로움을 견디기 힘들었던 것. “진행에만 신경 쓰면 된다고 생각해 샷은 아무렇게나 하고 이곳 저곳 꽃이나 나무 구경하면서 라운드를 했었다”는 그녀는 “하지만 지난해 5월부터 달라졌다”고 했다. 호주에서 온 친구로부터 “재미없게 치는 것도 민폐”라는 지적을 받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던 것. “동반자와 어울려 4~5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박 사장은 “늘 강조해 온 고객에 대한 배려, 인간관계 최우선의 신념을 골프장에서는 실천하지 못했다는 것이 스스로 충격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 사장은 “이후부터 동반자들과 더 어울리고 안 하던 연습 스윙도 하면서 신경 써서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골프 치면서까지 스트레스 받기 싫다고 대충 치던 때와 달리 스코어는 물론 기분도 좋아졌다”고 했다. 그녀는 이 경험을 통해 “골프도 경영처럼 준비하고 혼을 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골프는 할수록 인생과 너무나 비슷하다”는 그녀는 역경의 세월을 보내고 성공한 탓인지 “스릴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벙커 샷이 제일 자신 있다”고도 했다. 드라이버 샷도 장기. 레귤러 티에서 남자들과 같이 쳐도 거리는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박 사장은 “연습 조금 하면 230~240야드는 날린다”고 했다. 이어 “동반자들 보게 맘 잡으면 프로로 돌변할 수 있다고 써달라”며 호방하게 웃기도 했다. 그녀는 “일이든 골프든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면서 “사람들이 내게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를 기대하지만 나만큼 힘들게 살지 않은 사람도 없더라”며 “매 순간 감사하며 즐겼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사장은 “선 블록 크림을 허옇게 덧 칠하는 남자 골퍼들이 많아 너무 안타깝다”며 “많이 바른다고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니 좋은 제품으로 흉하지 않게 얼굴을 보호했으면 좋겠다”고 화장품 회사 대표다운 말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