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종금 고비 넘으니 이젠 은행서 딴죽/해태회생 ‘멀고 먼 길’

◎‘구체 자구계획 미흡’/은행단 지원방안 결렬/대종금 불신도 한몫종금사들의 추가 자금지원 합의로 회생의 길을 찾는가 싶었던 해태그룹이 은행권의 소극적 태도로 다시 표류하고 있다. 해태그룹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 등 22개 채권은행 여신담당임원들은 10일 상오 조흥은행에서 임원회의를 갖고 해태 지원방안을 논의했으나 은행간 의견차이가 커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는 박건배해태그룹회장이 참석, 종금사의 해태지원 방침을 전달하면서 은행권의 협조를 구했다. 종금사들은 은행권에 대해 ▲당좌거래 재개 ▲10월말현재 여신에 대해 내년말까지 회수유예 ▲협조융자중 미지급분 4백53억원의 조기 지원 등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은행들이 종금사의 요청사항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며 『해태측이 보다 현실성있는 자구계획을 추가로 내놓지 않는한 은행의 추가 자금지원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박해태그룹회장은 추가 자구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이처럼 해태그룹 추가지원에 소극적인 것은 해태그룹의 자구계획 및 회생가능성과 종금사에 대한 강한 불신감때문이다. 해태그룹은 지난달 15일 은행장 모임에서 결정된 1천억원의 협조융자 가운데 이미 자금이 지원된 5백47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4백53억원의 지원만 있으면 종금사의 여신회수 자제 및 1천5백억원의 추가자금 지원으로 회생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권은 그러나 해태그룹이 2천억원(종금 1천5백억원과 은행 4백53억원)의 자금지원을 받더라도 내년 10월말까지 4천5백억원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고 해태측이 부동산 매각이나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자구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현 상황에서 이같은 자구계획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은 또 종금사가 지원키로 한 1천5백억원도 종금사가 담보로 잡고 있는 해태관련 받을어음 1천1백억원과 예수금으로 잡고 있는 2백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어 실제 추가로 공급되는 자금은 없이 단지 계수상으로만 지원하는데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해태측이 앞으로 은행권에 추가로 협조융자를 요청해 올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도 은행권의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해태의 회생을 위해 지원한 5백47억원을 모두 회수해 부도를 낸 종금사들이 이제와서 여신회수를 자제한다는 것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종금사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은행들이 「대기업의 추가 부도 방지」라는 대세에 밀려 결국은 추가 자금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만 해태그룹의 구체적인 자구계획과 종금사의 적극적인 자금지원을 요구하며 시간을 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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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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