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비재 수입중단」 잘했다(사설)

국제교역에서 「한국특수」라는 것이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한국사람이 국제시장에서 봉노릇을 한다는 얘기다.의류 골프용구 화장품 위스키 바닷가재등 먹고 입고 마시려고 들여온 사치수입품이 대표적인 특수품목에 포함된다. 이같은 한국특수에 힘입어 망해가던 일본의 골프용구업체가 살아났는가 하면 이탈리아 의류업계, 영국의 위스키업계, 캐나다의 수산업계가 떼돈을 벌었다. 세계 위스키 시장을 한국이 좌우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언론자유의 물결을 타고 신문·방송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일본의 인쇄기업체와 영상기기업체들이 호황을 누린 것도 비슷한 범주에 든다. 한국특수의 실상은 백화점의 화장품코너나 의류코너를 가보면 한눈에 알수 있다. 진열대에서 국산브랜드의 의류나 화장품은 구경하기 조차 힘들다. 작년에 들여온 새 외제 의류브랜드만도 2백개에 달한다. 국산브랜드 의류는 보이지도 않는 구석에 처박아놓기 일쑤고 국산 화장품코너를 아예 없애버린 백화점도 있다. 재정경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소비재 수입액은 1백54억3천8백만달러로 전년도 1년간의 소비재수입액 1백39억8천2백만달러를 넘어섰고, 이로써 전체수입액에서 소비재의 비중도 전년의 10.3%에서 11.3%로 높아졌다. 그중 의류는 29억5천7백만달러어치가 수입돼 수입비중이 1.8%에서 2.2%로 높아졌고 주류의 경우도 2억3천만 달러어치가 수입돼 수입비중이 0.1%에서 0.2%로, 골프용구는 1억3백만달러어치나 수입됐다. 수출이 잘되면서 수입도 한다면 탓할 것은 없다. 그리고 애국심으로 장사를 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그러나 수출은 엉망인데 수입만 늘고 그것도 과소비를 부채질하는 고가 사치품을 앞다투어 수입하고 있으니 문제다. 우리의 경쟁국들이 모두 무역흑자를 내는데 우리나라만 세계2위의 적자대국이 된 이유가 다른데 있는게 아니다. 일본이나 대만에서는 소비재 수입이 줄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급증추세인 것을 보면 알만한 일이다. 더욱이 소비재 수입을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대기업들은 국내에 대규모 유통망까지 확보해 외제 소비분위기를 확산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그룹이 소비재수입을 하지 않기로 선언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다른 대기업들도 여기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