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유력하게 거론돼온 고은 시인의 올 노벨문학상 수상이 이번에도 무위로 돌아갔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고 시인의 수상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됐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하지만 문단 안팎에서는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중심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노벨문학상 수상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준 계기라며 체계적인 준비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문학계는 노벨문학상 수상실패 소식을 접할 때마다 수준 높은 번역과 양질의 번역가 양성 문제를 거론해왔다. 번역작업의 성과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1년 설립된 한국문학번역원이 한국문학의 해외전파를 주도하며 현재까지 28개 언어로 450종을 번역해왔다. 일본이 1945년 무렵부터 국가 지원으로 2만종 가까운 작품을 번역해온 것과 비교할 때 미약한 수준이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아시아 수상자는 4명. 1913년 아시아 최초의 수상자인 인도의 R 타고르, 1968년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와 1994년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그리고 2000년 중국의 가오싱젠(高行健) 등이 있다. 2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의 힘이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김주연 한국문학번역원장은 “한국어는 글로벌 시장에서 마이너 언어이기 때문에 번역 없이는 한국문학이 해외로 나갈 수 없다”며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첫째도 번역, 둘째도 번역”이라며 번역의 활성화를 주문했다.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은 “노벨상 선정은 여러 외부 변수가 작용하기에 우리 문학의 역량이나 번역이 부족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며 “깊이 있는 텍스트와 체계적인 번역작업, 세계문학과 우리 문학의 왕성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매년 수상 결과에 매달리기보다는 차분한 자세로 준비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프랑스가 13명으로 가장 많으며 이탈리아(7명), 폴란드(4명)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