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오심을 덮으려는 오심


'가장 자격이 없는 심판은?'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심판의 오심에 눈살을 찌푸렸던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경기장에서 심판의 오심은 단 한 번으로도 게임의 흐름을 바꿀 정도로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월드컵 경기에서도 한국팀을 상대로 주심이나 부심이 잘못 판정을 내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 때문에 월드컵 게임이 끝나면 어김없이 심판의 판정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이 오르내린다. 기준 없는 '우리은행 민영화' 금융계에서는 지금 우리금융 민영화가 초미의 화두다. 한국 금융시장에 인수합병(M&A) 월드컵이 열린 격이다.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우리금융을 인수하는데 성공하는 곳은 단번에 한국 금융시장의 골리앗으로 올라서거나 최소한 빅4의 앞줄에 서게 된다. 금융시장의 패권이 걸린 사안이다 보니 우리금융을 인수할 자격이 되건 안 되건 한결같이 눈길을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금융 M&A를 둘러싼 게임의 열기는 갈수록 달아오를 기세다. 이 게임을 성사시키기 위해 정부가 금융지주 간 M&A 조건을 완화시키기로 했다. 이러자마자 여기저기서 '산업은행을 위한 룰'이라며 볼멘소리를 터뜨린다. 때맞춰 MB정부의 실세라고 불려오던 강만수 장관이 산은지주 회장으로 자리하고 있어서 세간의 의혹이 더욱 그럴싸하게 퍼지고 있다. 시장의 반응이 묘하게 돌아가자 M&A 게임의 심판 격인 금융위원회가 당황했다. 급기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한 언론사 행사자리에서 "산업은행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메가뱅크가 되느냐"고 반문하며 '테이블 아래 거래설'을 일축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우리금융을 원하는 강력한 희망자가 (시중은행에) 분명히 있다"고까지 언급했다. 이 말을 되새겨보면 산업은행이 아닌 (정부가 주목하는) 다크호스가 우리금융 인수를 위해 조만간 불쑥 튀어나올 것이라는 의미로까지 해석된다. 이쯤 되면 김 위원장은 이번 우리금융 M&A 게임의 심판이 아니라 우리금융 M&A를 희망하는 어느 한 팀의 감독처럼 보일 정도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사람을 최악의 심판이라고 판단하시는가. 게임에 임하는 선수들이나 국가의 이해득실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오심을 오심으로 덮으려는 심판'은 게임도 망치고 흥행도 망치는 최악의 인물이다. 잘못된 오심으로 어느 한쪽이 유리해졌을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해 다른 편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유리한 판정을 내려주는 것이 산술적으로는 양팀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심판의 판정이 들쭉날쭉할 때 선수들이나 관객들은 '도대체 기준이 뭐냐'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판정의 기준을 의심받는 순간 게임의 엄정한 주재자여야 할 심판의 생명은 사실상 끝이다. 선수들 역시 플레이의 질을 높이고 골을 넣기 위해 열정을 불사르기보다 심판 눈치보기에 주력한다. 게임 자체가 재미없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게임 결과에 대해서도 누구도 불복하지 않으려는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다. 금융위 치우친 잣대 바로잡아야 우리금융 M&A라는 초대형 게임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룰을 현실화하려는 금융당국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한다. 많은 경합자들이 등장해 흥행이 대성공을 한다면 정부가 내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우리금융 조기 정상화, 국내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발전이라는 우리금융 매각의 3대 원칙에 충실해진다는 점도 공감한다. 그렇다 해도 김석동 위원장의 지금 모습은 마치 오심을 오심으로 바로잡으려는 최악의 심판처럼 보여 안쓰럽다. '게임은 원활하게, 룰은 엄정하게.' 빅 이벤트의 심판에게 요구되는 이 덕목이 흥행도 성공시키고 결과도 승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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