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여의도 증권가에는 잠 못 이루는 증권맨들이 많았다. 글로벌 증시와 커플링 현상으로 투자자들 역시 잠을 설쳐가며 미국시장을 지켜봐야 했다. 회사의 펀더멘털보다 전일 미국 증시 흐름이 더 중요했고 인수합병(M&A)과 같은 이벤트라도 있으면 관련 국내 수혜주를 찾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2013년의 투자자들은 어떨까. 예컨대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했다 해도 더 이상 이에 영향 받을 국내 주식을 찾느라 바쁘게 움직이지 않는다. 바로 구글이나 모토로라에 직접 투자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3의 올 1ㆍ4분기 판매량은 7,000만대 이상으로 예상되고 삼성전자 실적은 매 분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주가는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외생변수들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오랫동안 코스피의 박스권을 만들어오며 투자자들을 지치게 했다. 현명한 투자자들이 해외 증시로 투자처를 옮겨가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스마트기기 판매실적과 영국 부품업체인 ARM홀딩스의 사례를 살펴보자.
영국과 미국 증시에 동시 상장돼 있는 ARM홀딩스는 갤럭시 시리즈뿐 아니라 전세계 대부분의 태블릿PC에 부품을 공급한다.
과거 정보기술(IT)시장의 대명사였던 개인용 컴퓨터(PC)의 기본구조는 윈도와 인텔 중앙처리장치(CPU)였다. 하지만 IT시장의 주역이 PC에서 스마트기기로 넘어가면서 부품시장에 큰 변화가 왔다. 과거 CPU는 성능이 최우선이었고 전력이나 면적 등은 중요하지 않았지만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스마트기기는 그렇지 않다. 이 회사는 모바일용으로 최적화된 CPU 코어(Core)를 제공한다.
이 영국 회사가 주목을 받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가전시장의 혁신을 가져올 미래기술, 'Internet of Things(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상태)'의 주축이 된다는 점이다.
집안의 모든 기기에 CPU가 탑재됨으로써 PCㆍTV 또는 스마트폰과 연동해 작동하는 것으로 토스터기에 빵을 구우면 토스트에 그날의 날씨정보가 새겨져 나온다든가 신발장에 걸어놓은 우산 손잡이가 깜박이는 등의 기술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2009년 1월 약 3달러에 거래됐던 것이 현재 40달러를 넘어 1,070% 정도 상승했고 같은 기간 240% 상승에 그친 삼성전자의 주가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한 박스권이 없는 해외 주식의 특성이 잘 보여진 예다.
대부분의 해외 주식은 풍부한 유동성과 변동성으로 투자자들의 기대수익에 부응하고 있다. 해외 주식 직접투자,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필수 포트폴리오 항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