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미국 측의 비준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진작 법안 처리방향에 초당적으로 합의한 만큼 미국의 의회절차는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추가 협상서도 失보다 得 우리 경제는 1960년대 이후 개발연대를 거치면서 고비마다 굵직한 개방조치가 성장동력으로 작동하면서 경제성장을 견인해왔다. 제네바 관세협정(GATT) 가입(1967년), 우루과이 라운드(1993년), 1980년대의 수입자유화 예시제(豫示制),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1996년) 등이 그 예다. 경제적 성공이 개방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고, 개방으로 더 큰 시장이 열리면서 성장이 탄력을 받는 선순환 구조를 보여 온 것이다. 통상협상에서는 항상 우리시장의 개방에 따르는 위험과 해외시장이 제공하는 기회라는 양 측면이 존재한다. 개방의 위험만 보고 움츠렸다면 오늘날 한국경제가 어떤 모습일까. 개방경제를 꾸려가야 하는 것은 우리의 숙명이다. 오늘날 이 어려운 위기상황의 돌파구도 결국은 바깥에서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한미 FTA는 그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마지막 선택을 남겨둔 시점에서 한미 FTA 셈법을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하다. 분명한 것은 경제적 관점에서 추가(재)협상 결과는 원 협상에 비해 '이익의 감소'로 분석됐지만 종합적인 득실은 여전히 이익범위 안에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통상전문가들은 국내적으로 수용가능한, 소위 '균형'을 이룬 것으로 간주되는 타결범위를 특정 수치나 점이 아니라 일정한 범위의 영역으로 파악한다. 이렇게 볼 때 "원 협정은 이익균형을 이뤄 수용가능한데 추가(재)협상 결과는 이익균형을 벗어났다"는 평가 자체가 균형을 잃은 것이다. 추가협상의 결과 균형점이 이익의 범위 안에서 약간 움직였을 뿐이다. 이는 기업들의 반응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장의 객관적인 평가다. 이러한 경제적 이익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미 FTA의 종합평가는 다른 차원의 접근법을 필요로 한다. 우선 한미 FTA가 기존 안보 차원의 한미동맹을 경제적으로 보완하는 측면은 매우 중요하다. 동북아 지역 질서와 남북관계에 던지는 지경학적 함의도 긍정적이다. 예를 들어 역내통합의 관점에서 앞으로의 한중ㆍ한일ㆍ한중일 FTA 등 논의는 한미 FTA를 상수(常數)로 하면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미국과 FTA를 체결한 우리는 좀 편한 입장에서 대중ㆍ대일 협상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급증하는 무역 및 해외투자의 대중 편중, 고질적인 부품ㆍ소재 교역의 대일 의존을 완화하는 균형추 역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한미 FTA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간 경제교류 활성화를 위해 활용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을 내장하고 있다. 즉, FTA가 발효되면 남북한과 미국의 3자가 '한반도역외가공위원회'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특혜관세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즉, 이 문제를 재재협상 의제의 하나로 거론하면서 비준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이를 명분으로 FTA 비준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기업인에 빨리 공 넘겨야 그동안 한미 FTA 보따리는 너무 오랫동안 정부와 국회 손에 있으면서 그 자체가 불확실성 요인이 돼왔다. 늦었지만 빨리 시장에 넘겨 기업인들이 활용하게 해야 한다. 미국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지만 언젠가는 회복을 시작할 것이다. 정치권이 미국시장의 회복 사이클에 미리 대비해야 할 우리 경제계에 줄 수 있는 선물로 이만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한미 FTA도 결국 선택의 문제다. 명분 없는 재재협상을 관철하기 위해 거래 상대방과 엇박자를 내면서 FTA를 위험에 빠뜨릴 것인가, 이익이 좀 줄기는 했지만 전략적으로 판단해 FTA를 살리는 통 큰 거래를 할 것인가. 우리 국민들은 사방에 위기신호가 울리는 가운데서 치킨게임 감상을 원하지 않는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한미 FTA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 시점에 한미 FTA의 운명을 걱정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