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일군사협정에 쫓기는 정부

#1. 28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실. 윤원식 부대변인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국회ㆍ정치권ㆍ시민단체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언이 끝나자마자 “사회 전반에 설득 작업을 했다는데 일부를 제외한 기자들도 신문 보고 알았다”는 반박이 나왔다.

#2. 협정 체결안의 국무회의 통과 사실이 불거진 지난 27일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여론을 고려해 군사협정 중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은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기자들은 “협정 둘 중 하나를 접는 정도로 반대 여론이 넘어갈 거란 판단이었나”고 되물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소식이 갑자기 불거지자 광복회 등 각종 단체와 야권에서 반발이 거세다. 정부의 신중한 처리 의사 표시 이후 한 달 만에 태도가 바뀌었기 때문에 이들의 배신감은 더욱 컸다. 그냥 넘어가기에는 ‘과거사 사죄 없는 일본과 군사 관련 협정을 맺을 수 없다’ ‘한ㆍ미ㆍ일 군사체제 강화로 중국ㆍ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는 등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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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여러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지만 “장관들이 국회에 거짓말을 했다”(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반응만 돌아왔다. 실제 협정과 관련 공청회 등 공식적 여론 수렴의 장은 마련된 적이 없다. 그새 협정 체결안은 차관회의를 거치지 않고 국무회의에서도 대외비 긴급 안건으로 처리하면서 소리 소문 없이 넘어갈 뻔했다. 정부 말대로 충분히 여론을 수렴했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왜 이렇게 했는지 궁금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빠르면 29일 일본 각료회의에서 협정 체결안이 통과되는 대로 서명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각수 주일대사가 서명하는 방안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협정 체결에 데드라인은 없다”고 했지만 지금의 행동은 데드라인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양국이 협정문에 서명하는 순간 효력을 갖는다. 협정 발효 후 의견을 수렴해봐야 ‘낙장불입’이다. 지금이라도 잠시 숨을 고르고 의견 수렴에 나서야 한다. 낮은 단계의 협정이다, 상식 선에서 교류하던 거라 걱정할 게 없다 안심시키려고만 할 게 아니라 겸허한 설명이 필요하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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