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마저…" 재계 위기의식 전방위 확산

■ 삼성도 유동성 긴급점검 나섰다<br>자금시장 갈수록 악화에 주력사 실적둔화 뚜렷<br>"투자 늦추면 경쟁업체에 추월" 사전대비 포석도<br>타기업 자금수급 압박…실탄확보전 치열해질듯


삼성이 그룹 계열사들의 유동성 점검에 나선 것은 현재 제한적으로 진행되는 기업들의 위기 인식이 전방위로 퍼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가뜩이나 금융시장 전반에 기업들의 ‘연말 자금 보릿고개’ 얘기가 신빙성 있게 나오는 상황에서 재계 전반에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삼성은 주력사인 삼성전자에서만도 6조원이 넘는 현금을 갖고 있을 정도로 유동성에 관한 한 무풍지대로 분류될 정도. 하지만 최근 삼성마저 현금흐름에 대한 정밀 점검에 들어간 이상 여타 기업들 모두가 다시 한번 자금흐름을 점검하고 비상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왜 유동성 점검에 나서나=삼성이 유동성에 대한 점검 작업에 나선 것은 크게 2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외생 변수다. 즉 자금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주요 그룹들의 위기설이 꼬리를 물면서 기업 자금ㆍ재무 담당자들은 ‘준 패닉’ 상황에 처해 있다. A그룹 임원은 이를 ‘돌림식 위기설’이라고 표현했다. 금융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돈 창구는 급속하게 말라가고 있다. 주가가 수직 하락하면서 기업들의 주요 자금공급 통로인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기업공개(IPO)에도 속속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발빠른 기업들은 지난 7월부터 8월 사이에 1,000억원에서 최대 5,000억원까지 회사채를 선발행, 자금을 비축해놓았지만 최근에야 발행에 나선 일부 기업은 조달금리가 높아지자 이를 포기하고 말았다. 은행권도 마찬가지. 일부 시중은행은 이미 신규 여신을 사실상 중단한 상황. 삼성이야 신인도가 워낙 높아 여신 조달을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자금시장이란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10년 전에 이미 경험했었다. 삼성그룹이 ‘문제 없다’고 결론을 내리기는 했지만 사장단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금융ㆍ외환 시장에 대한 동향을 깊숙이 점검했다는 것 자체가 현 상황에 대한 엄중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삼성이 느끼는 더욱 큰 위기감은 ‘내생 변수’다. 삼성은 이미 주력사인 삼성전자 등의 실적 악화가 뚜렷해지는 등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1일 사내 방송을 통해 방영된 9월 월례사에서 “최근 세계경제는 급격한 물가상승과 각국별 성장이 급속히 둔화하고 있고 전자산업 역시 시황이 악화되는 등 어려운 경영여건이 지속되고 있다”며 임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가질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3ㆍ4분기에 1조원 아래로 추락할지 모른다는 분석과 함께 여타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 신호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여타 삼성 IT 계열사들이 실적 목표 전망치를 주간 단위로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실적 악화는 곧 보유자금이 줄어들고 이는 설비투자를 제때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조 단위의 투자자금이 필요한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등은 조금만 투자를 늦춰도 경쟁 업체에 추월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ㆍ4분기 말 현재 보유 현금이 6조3,800억원에 달하지만 이 자금이 고갈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정작 투자할 때 공격적으로 나서지 못해 한국에 추월당한 일본 업체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 사장단들이 이날 이례적으로 유동성과 현금 흐름을 확보ㆍ점검하기로 한 것은 극한기 상황에 미리 대비하려는 포석인 셈이다. ◇‘삼성발 자금 확보전’ 치열해질 듯=삼성마저 자금에 대한 경고등을 켬에 따라 여타 그룹들도 자금 수급에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 담당 임원은 “삼성이 위기 징후를 나타냄에 따라 여타 그룹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실탄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IT산업은 물론이고 자동차와 심지어 조선산업에 이르기까지 실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노출되고 있는 국면에서 경영 전략상 자금수급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B그룹의 한 자금 담당 임원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올해 말 보릿고개가 현실화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자금 상황의 점검 단위를 월간에서 주간ㆍ일간으로 좁혀나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수요증가에 따른 가격인상, 즉 조달금리가 올라가고 절대적인 조달량이 줄어들어 엉뚱한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 만연해 있는 ‘쏠림 현상’이 기업들의 자금 수급에도 이어질 경우 또 다른 악순환의 형국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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