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들 인력난 '몸살'수익성·전망따라 인력편중 심화
벤처기업들이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존 벤처기업에 있던 우수인력들이 창업을 하거나 다른 벤처기업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코스닥폭락과 이에따른 창투사의 투자위축에 따른 자금난, 거품론 등으로 위기감을 느낀 벤처기업 종사자들이 다른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벤처기업 전반에 걸친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신생 벤처기업이나 특히 인터넷, 정보통신업체들에게는 결코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 본격적인 이탈로는 볼 수 없지만 업계의 분위기는 자칫 벤처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력확보에 큰 구멍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동요하는 벤처기업 직원들
벤처기업의 집결지인 테헤란밸리내 역삼동 부근에 위치한 한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전문업체인 A사는 며칠전 7명의 신입사원을 모집했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결원보충용이었다.
이업체가 새로 인력을 보충한 이유는 업계에서는 선두주자라고 자부하는 이업체에서 최근 팀장을 포함, 물류팀 7명이 한꺼번에 나가는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유는 독립해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B2B사업에서 물류는 그야말로 핵심중의 핵심. 회사측에서 적극 잔류를 권고했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약간의 지분투자를 조건으로 이들이 나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통신업체인 B사도 최근 무려 50여명이 넘는 대규모 퇴사사태가 발생했다. 이유는 주가폭락. 한때 코스닥에서 잘나갔지만 소위 「대박」을 챙기겠다는 꿈을 꿨지만 지금은 주가가 폭락하면서 위기감이 감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회사관계자는 『퇴사한 직원들 대부분이 더이상 주가가 떨어지기 전에 우리사주로 가지고 있는 지분을 팔아 목돈을 챙기려고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한 소프트웨어업체 사장은 『요즘 몇달 사이에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업을 중심으로 인력유출이 심각하다』고 설명하고 『이들 업체중 일부는 회사문을 닫는 것도 심각히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업체의 사장도 『거품론이 일고 코스닥이 폭락하면서 벤처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제하고 『인터넷기업중 일부는 월급도 제대로 못주고 있는 등 자금사정이 상당히 안좋은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생벤처는 인력 충원도 거의 못해
인력문제가 더욱 심각한 곳은 신생벤처기업들이다. 기존업체들은 이미 확보해 둔 직원이라도 있지만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는 초기 벤처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인력충원부터 교육까지 새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교내 동아리를 중심으로 한 창업과 교수를 주축으로 한 학과별 벤처창업 열기가 더해지면서 더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폰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C사는 설립한 지 불과 6개월밖에 안된 걸음마기업. 원래는 음성인식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했지만 인터넷폰바람이 불면서 사업영역을 바꾼 사례다. 하지만 이회사는 시작도 하기전에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 총인원 10명중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된 5명이 퇴사를 한 것이다. 이중 2명은 다른 인터넷폰업체의 신입사원으로 다른 3명은 창업을 하기 위해서 그만뒀다. 개발팀장을 맡았던 K씨는 『아직 회사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정리를 못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고 『아마 우리도 다른회사로 들어가야 하지 않는가 고민중이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인터넷 컨텐츠 전문업체인 D사의 경우 자바 및 C언어를 전공한 신입 프로그래머 3명을 구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대학내 취업알선센터나 리크루트 회사쪽으로도 알아봤지만 적합한 능력의 인력충원이 쉽지 않은 상태다.
이회사의 사장은 『소규모 벤처기업의 경우 기존 기술인력들이 더 좋은 조건으로 타사에 스카웃 되가는 사례가 많은데다 신규인력 확보조차 어려워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대학은 고급 인력양성을 전담하고 경영은 노하우가 있는 전문업체가 담당하는 제대로 된 산학연시스템 정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쟁력·가능성있는 업체로 가자
그렇다면 벤처기업에서 나온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업계관계자들은 이들이 창업이나 다른 벤처기업으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즉 수익성과 안정성이 있고 보수도 많은 벤처기업으로 유입됐다는 것이다. 대기업이나 연구소에서 나온 인력도 다시 원대복귀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신규채용 인력중 상당수가 기존업체 인력이었다는 것은 이를 반증한다.
무선인터넷개발업체인 E사는 올해만 12명을 새로 영입했다. 이중 6명은 공채였고 나머지 6명은 다른 벤처기업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었다. 신규채용인원의 절반이 관련업계에서 이직한 직원들인 것이다.
회사관계자는 『이들중 일부는 개인적인 친분관계 때문에 여기로 왔지만 나머지는 수익성과 발전성을 보고 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요즘들어 이동통신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F사는 올해에만 20여명의 인력을 보충했다. 이중 5명정도는 다른 인터넷 또는 정보통신업체에서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전문인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던 한 보안업체도 최근 5명의 경력사원을 신규로 채용했고 인터넷폰 시범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서비스업체도 지난달까지 10명의 경력사원중 3~4명을 관련업체에서 스카웃했다.
◇종적변화에서 횡적이동으로
최근의 인력이동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이전에는 대기업등 기존업체나 연구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종(從)이동양상이 현재는 벤처기업간의 인력이동이라는 횡(橫)적 변화로 양상이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와중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벤처업체들 사이에 「빈익빈 부익부」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성과 발전성이 있고 수익모델이 분명한 업체에는 인재들이 모여들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남아있는 종업원조차 뛰쳐나오려고 한다. 즉 벤처기업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도 종업원들에 의한 「퇴출기준」이 자연스럽게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업게의 한관계자는 『최근 인력이동의 변화를 보면 인터넷기업의 경우에는 수익성 모델이 있는가가, 또 다른 분야에서는 회사가 어느정도 안정적이냐를 우선적인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하고 『특히 요즘처럼 창투사의 투자가 보수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신생업체나 이익을 못내는 업체의 인력난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장기업부
입력시간 2000/05/2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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