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투신단기상품 대책 의미.전망] 금융위기 차단의지

금융감독원의 이번 투신 단기상품 대책은 그동안 무리하게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면서 엄청난 수탁고를 보유하게된 투신권 문제가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와해를 가져올 가능성마저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금감원은 일단 은행권 신탁상품과 투신권이 취급하는 초단기상품의 경쟁력을 높여 문제의 소지가 많은 3개월짜리 수익증권에 몰린 시중 자금을 분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중 금리(채권수익률)의 하향안정을 꾀해 만기전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환매욕구를 억제한다는 복안이다. 장기공사채 편입비율의 제한 같은 직접규제는 금리에 미치는 즉각적인 악영향 때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중 자금이 당국의 의도대로 움직여 우려되는 사태를 피할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며 투신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도 피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투신권 단기상품 문제의 본질= 3월말부터 4월중 투신권에 만기가 돌아오는 3개월짜리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잔액만 61조원이다. 98년 연말이후 지난 1·2월중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면서 기업(3개월만기 수익증권매수 잔액 34조원), 은행("26조원), 보험("16조원) 등 금융기관들의 자금을 집중적으로 끌어모은 결과다. 문제는 투신권이 이렇게 모은 돈에서 74.5%를 1년이상짜리 채권에 투자해 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익증권은 만기때 고객이 환매를 원하면 돈을 내주어야 하지만 만기가 3년이상 남은 채권은 국내채권시장의 현실상 팔리지 않는다. 고객에게 내줄 돈을 마련치 못하면 금융기관에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유동성이 부족한 투신권이 위기에 몰리고 받을 돈을 못받은 은행, 보험 등 여타 금융기관들도 경영에 타격을 받게 된다. 또한 수익증권의 판매를 담당한 증권회사들도 고객의 환매 요구에 1차 책임이 있기 때문에 같은 신세가 된다. 이래서 만에 하나 3·4월중 수익증권의 대량 환매가 있을 경우 금융시장에 위기가 올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요 대책 및 의미= 위기의 방아쇠는 금리상승이다. 투신권이 1·2월에 제시한 9~10%의 수익률보다 시중 금리가 높아지면 대량의 환매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일부 환매가 일어나더라도 투신권이 보유한 채권을 사줄수 있는 금융기관으로 돈이 다시 흘러가면 위기는 피할수 있다. 금감원의 이번 대책은 이 두가지 포인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년만기 은행신탁상품을 허용한것은 연계 대출(신탁금액의 최고 70%)의 이점을 활용하려는 법인고객들의 돈을 투신권 수익증권계좌에서 은행신탁계좌로 옮겨보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종전에 은행 신탁상품은 최단 1년6개월 만기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1년짜리 대출과 기간의 불일치 현상을 빚어 경쟁력이 없었기 때문. 또한 은행 신탁상품의 수탁고가 높아지면 투신사에서 내놓는 채권물량을 소화하는 긍정적 역할이 기대된다. 투신사가 취급하고 있는 초단기 상품인 MMF에 1년 이상 5년이하 만기의 국채를 편입할수 있게 한 것도 유동성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MMF의 경쟁력을 높여 단기 수익증권에 몰린 자금의 물꼬를 돌려보겠다는 의도다. 금감원은 MMF가 7.3~7.5% 수익률의 국채를 전체 자산의 30%까지 살 경우 수익률이 현재보다 0.23%포인트 가량 제고될 것으로 추정했다. 투신권의 펀드간 채권 자전거래 및 고유계정과 펀드사이의 채권 편출입시에는 펀드내 채권중 수익률이 평균치(가중평균 회계적 수액률)에 가까운 채권만을 거래토록 규정, 수익률이 높은 채권을 미리 빼내 환매에 사용하는 악순환을 차단키로 했다. ◇앞으로의 전망= 가장 중요한 요인은 금리동향과 자금의 이동 경로다. 금리가 뛴다면 수익증권의 대량환매는 불가피하다. 다만 은행신탁 상품 등이 얼마나 효과적인 대체수단으로 등장해 채권 매물을 받아주면서 금리 상승 압력을 흡수 할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투신권을 빠져나온 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부동화될 경우에는 상당한 혼란이 우려된다. 감독당국의 묵인아래 형성된 투신권 위기구도는 실험적인 임시대책아래 불확실한 만기를 맞고 있다. 【우원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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