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與 '한미FTA 비준' 입장 확 바꿔

2년 전엔 강행처리…이젠 "서둘 것 없다"<br>갈등 불씨 일단 덮기…당내서도 "잘못됐다" 비판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2년 전과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의 김무성 원내대표와 심재철 신임 정책위장 등 원내지도부와 한나라당 소속의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한국과 미국 정부가 최근 재협상한 한미 FTA의 국회 비준을 서둘 필요가 없다며 사실상 내년 하반기 이후로 늦출 것임을 시사했다. 이는 한나라당이 지난 2008년 미국 의회보다 먼저 비준해야 한다면서 소관 국회 외통위에서 야당과 격렬한 몸싸움 끝에 강행처리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서둘러 처리할 필요가 없다며 미뤘기 때문이다. 남경필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미 FTA비준안 처리에 대해 "지난번처럼 미 의회가 상정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상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2년 전 외통위에서 비준안을 처리했을 당시 한국 의회의 우선 비준으로 미국 의회의 비준을 압박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과 상반된 입장이다. 남 위원장은 이날 이와 관련, "우리가 먼저 한미 FTA비준안을 상정한 후 미 의회에서 쇠고기 수입 개방을 요구하면 일이 복잡해진다"면서 "한미 FTA비준은 우리가 미 의회에 반 보 뒤에서 따라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공화당이 한국ㆍ콜롬비아 FTA를 연계해 처리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그럴 경우 미 의회의 비준안 처리가 늦어져 우리의 비준안 처리도 지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정책위의장으로 선임된 심 의원도 조기 비준에 부정적이다. 그는 "남 위원장이 여야가 합의해야 상정한다는 입장을 계속 가져간다면 2ㆍ4ㆍ6월 임시국회에서는 쉽지 않다"면서 "가을 국회에서 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남 위원장과 일부 외통위원을 비롯한 소장파 의원들이 '여야 합의 없이 비준안을 상정해 강행처리 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급할 것이 없다. 내년 7월 이전에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한미 FTA비준안의 국회 처리에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는 여권의 주요 인사 3명 모두 사실상 내년 하반기로 비준 시점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는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안 단독처리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상태에서 여ㆍ여, 여ㆍ야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한미 FTA비준이라는 '뇌관'을 일단 덮어두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당내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2012년 예정된 총선ㆍ대선 등 선거 위기론이 퍼져나가면서 반발 여론을 일으킬 수 있는 FTA비준안의 미 의회 처리를 봐가며 하자는 '안전주의'가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2년 전 2008년 12월 한나라당은 상임위 회의실을 잠그고 몸싸움을 불사하며 한미 FTA비준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는 강행처리 이유로 미 의회의 비준을 압박하는 동시에 버락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기 전 비준해야 재협상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를 들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외부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정반대 입장을 취한 것이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남 위원장을 향해 "한미 FTA 협상이 가장 잘됐을 때도 반대했던 반미종국주의자들인데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상정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한다는 것은 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면서 "국익차원으로 접근할 문제를 단순히 당파적 인기몰이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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