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5(화) 18:58
『사람의 입맛에 따라 음식맛이 다르듯이 예술도 접하는 사람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인것 아닙니까? 작가라고 해서 뭐 별스런 존재도 아니고, 작품에 특별한 메시지를 담겠다고 나설 필요도 없는 것이고, 그저 느낌을 서로 나누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4일 뉴욕 소호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찾은 기자는 2000년 1월 하순께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전관에서 개인전을 갖는 백남준씨(66)가 준비중인 레이저 작품의 일부를 엿보는 기회를 가졌다.
『이번에는 비디오 작업 외에 레이저 작업을 새롭게 선보일 계획입니다. 재료가 달라지면 미학도 달라지기 마련이지요. 작업은 이미 95% 가량 진척되었지만 결정적인 후반작업 5% 가량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제부터가 시작이라 할수 있습니다』
레이저 작품 3점과 기존의 비디오 작업을 총체적으로 보여줄 예정인 백남준씨는 『새로운 레이저 작품을 위해 미해군에서 개발한 레이저 측정기구를 이용했다』면서 『레이저 첨단기구 개발에 참여한 지인의 도움으로 아직 공개되지도 않은 첨단시설을 거금을 들여 빌려와 쓰고 있다』고 밝혔다.
첨단 미디어를 이용해온 작업의 특성상 창작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백남준씨는 레이저 작품 제작에 이미 수십만 달러를 썼고 앞으로도 150만 달러 가량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다.
2000년이란 숫자가 갖는 의미심장한 속내는 접어두고, 재료적 실험에 몰두해온 백남준씨의 새 레이저 작품은 무의미성을 천천히 교직해나가다가 새로운 밀레니엄에 대한 비전으로 약동하는 비약을 보여주는 운명과 마주친다. 암흑으로 뒤덥힌 공간에 녹색 레이저들이 춤추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구겐하임 미술관 전체를 빛으로부터 차단시켜야 하는 어려운 일도 고심거리다. 작품제목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목요? 「정점」이라고 해두죠. 저기 둥그런 모양은 「원형」, 그리고 삼각형으로 된 것은 「삼각형」이라고 하죠. 뭐 전부를 「2000 플러스 x」라고 해도 좋을 것 같고. 제목은 아직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백남준씨는 자신의 창작행위를 하나의 「해프닝」으로 강조한다. 그는 지난 6월 한미정상간의 만찬자리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악수하려고 일어나려다 바지가 흘려내려가 사람들을 놀라게했던 일에 대해서도 『속셈있는 행동이 아니었나』는 기자의 질문에 『공교롭게 그렇게 된 것뿐이라』며 『해프닝으로 봐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속옷을 입지않고 있었다.
지난 96년 뇌졸중으로 쓰려졌다가 재기한 백남준씨는 세계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비디오 예술의 창시자. 82년 휘트니미술관에서의 개인전에 이은 이번 전시회로 백씨는 뉴욕의 양대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는 첫 한국인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매일 저녁 6시부터 소호 거리를 걷는 것으로 건강을 다지고 있습니다. 하루 300㎙ 가량 걷지요. 덕분에 몸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뉴욕= 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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