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토론회 '난장판'
비정규직법 폐지 요구 노조원들 항의로 결국 무산경찰 40여명 연행 업무방해 혐의등 조사
이재용 기자 jylee@sed.co.kr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100일을 맞아 열린 '비정규직 고용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토론회'가 비정규직법 폐지를 요구하는 노조원들의 거친 항의와 몸싸움으로 난장판이 빚어지는 파행을 겪다가 결국 무산됐다. 이로 인해 비정규직보호법 개선안 마련 등의 작업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11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올리브타워 20층에서 열린 비정규직 노사정 대토론회에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격려사를 하는 순간 기륭전자와 이랜드 비정규직 근로자 수십명이 단상으로 몰려나가 이 장관을 에워싼 채 '비정규직법 폐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이 장관과 노조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노조원들은 이 장관을 둘러싸고 퇴장을 막았다.
이 장관은 "노동자 여러분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런 식의 주장은 온당하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장관은 노조원들이 길목을 막고 격렬한 시위를 지속하자 토론회장 한쪽 구석에 한 시간 반가량 피해 있다가 경찰의 호위 속에 가까스로 토론회장을 빠져나갔다. 경찰은 이날 시위 참가자 40여명을 연행해 업무방해와 감금 등의 혐의로 조사했다.
이날 토론회는 당초 노사정위원회와 한국노총ㆍ민주노총ㆍ한국경영자총협회ㆍ노동부ㆍ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특히 그동안 비정규직법과 관련한 노사정 협의에 불참해온 민주노총이 처음으로 참석해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노조원들의 거친 시위로 별다른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한편 이날 이 장관은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를 본격화할 뜻을 내비쳤다. 이 장관은 "비정규직법은 기본적으로 많은 한계를 가지고 출범했다"며 "비정규직 보호와 노동시장 유연성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절충해 법을 만들다 보니 근로자도 만족 못하고 사용자도 불만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앞으로 법 시행 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고쳐나갈 것"이라며 "이제 법을 만든 지 1년이 지났고 시행한 지도 100일이 넘어 합의에 의해 문제를 해결할 적정한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입력시간 : 2007/10/11 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