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당 초긴축엔 반대·정 5%내서 추진/내년 예산안싸고 당정갈등

◎“경기 전망 불투명 세수 여의치 않아 긴축 편성”엔 공감『내년도 경기가 올해보다 나아진다고 전망하기 힘들다. 따라서 세수가 여의치 않으니 긴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신한국당과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대해 표면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기본 입장이다. 그러나 신한국당으로서는 연말 대선이 있는 특수상황에서 유례없는 증가율 5% 의 초긴축 예산편성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측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실정이다. 즉 재경원 등을 통해 일부 흘러나오는 내년도 예산편성 방침에서 농어촌 구조개선사업, 교육개혁, 사회간접자본(SOC)분야의 예산 축소는 가뜩이나 전망이 불투명한 선거에서 감표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의 정책관계자들은 『어떻게 선거를 치르라는 것이냐』고 재경원의 예산편성 방침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해구 정책의장이 18일 정부의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의 1조원 가량 삭감방침에 대해 『공약사업이고 핵심사업인 만큼 내년도 예산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실제 재경원측이 계속 주장하고 있는 5% 이내 예산증가율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초긴축 예산이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 줄곧 두자릿수를 유지해온 예산증가율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한데다가 물가상승률 예상치(4.3%)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준이어서 새로운 신규사업뿐만 아니라 공약사업의 집행도 불가능할 정도의 「소금예산」인 것이다. 이 때문에 당내 일부에서는 재경원이 추산하고 있는 2∼3%의 세수증가율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 경제여건이 아무리 나빠졌다고는 하지만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 내외로 예상되고 있고 물가상승률이 4.3%선이라면 경상성장률만도 10%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즉 실질성장률을 빼고라도 물가상승률에도 못미치는 세수증가율이라는 것은 올해보다 세금을 덜 걷겠다는 것으로 파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신한국당측에서는 정부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당이 부분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금융개혁법안 등 쟁점 안건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당정회의 협상용으로 초긴축 예산안 카드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오는 25일로 예정된 예산관련 전체 당정회의나 내주중 있을 예결위 분야별 예산 심의과정에서 당정간의 심각한 마찰이 예상된다. 특히 재경원이 집중적으로 긴축편성을 추진하고 있는 농어촌구조개선, 교육개혁, SOC투자분야에서 당정 마찰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재경원측은 올 전체 예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 3대 분야에 대한 예산절감을 추진하고 있지만 신한국당으로서는 3대분야와 사회복지분야 등의 예산은 대선을 위해서라도 평균 이상의 배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방위비, 인건비 등 공무원 등의 표와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당정간의 의견차가 큰 상태다. 여기다 지난 19일부터 있었던 예결위 현지조사활동에서 접수된 각 지역 민원사업과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예산배정 등을 고려할 경우 당으로서는 정부측이 추진하고 있는 초긴축편성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예산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즉 우리 경제의 상황이 일시적인 경기후퇴가 아니라 구조조정과정에서 나타나는 경기후퇴이기 때문에 정부가 앞장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논리는 반박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다만 신한국당은 정부측이 추진하고 있는 5% 이하의 예산증가율은 어려운 경제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주장할 것이며 부문별 예산배정에서 연말 대선을 고려한 사업들에 대한 예산 집중배정을 요구할 것이다. 이 때문에 당과 정부의 예산전문가들은 앞으로 예산관련 당정회의 등을 통해 내년도 예산 증가율은 두자릿수를 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당측의 의견이 반영되는 8∼9% 정도로 편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온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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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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