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보신탕' 공론화 필요하다


장마가 끝나면서 살인적인 삼복(三伏)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잠을 설치고 땀을 많이 흘리는 요즘 보신탕 애호가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보신탕집으로 향하지만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다. 식용개 사육두수가 약 5백만마리라는 비공식 통계에다 사육과 도살 등 유통과정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개고기 전문식당들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 후 서민들의 식생활이 어려웠던 때부터다. 가축 중에서 소는 가정의 반살림이고 돼지는 먹여 기를 게 없었으니 기르기 쉬운 닭과 개고기는 자연스럽게 서민들의 자산이자 식품이 된 것이다.


개고기가 아직도 육류 소비량 4위라는 현실을 보면 식문화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밀실 사육, 항생제를 과다 투여한 식용개, 유기견의 식용화 등은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건강 측면에서도 걱정스럽다. 건강을 생각하면 법을 통한 관리가 먼저지만 반대여론이 매우 강경해 쉽지 않다. 그럴수록 토론의 장을 마련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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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보신탕을 약으로 귀하게 여긴다. 수술 후 몸이 허한 사람이나 병약한 사람, 일과 운동으로 체력이 소진된 사람에게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영양가가 많은 보신탕이 최고라고 믿는다. 이들은 개고기 효능의 근거로 허준의 '동의보감'을 들고 있다. '오장(五臟)을 편안하게 하고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해 기력을 증진시킨다. 또한 양기를 도와서 양물(陽物)을 강하게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편에는 '임산부나 수유부가 개고기를 먹으면 유산을 하거나 기형아를 낳는다'고 한다. 이에 대한 토론과 연구 역시 필요하다.

문화란 한 시대의 공유된 가치를 기반으로 정당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아직 찬반양론이 팽팽한 것을 보면 보신탕을 전통 식문화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보신탕을 반대하는 애견문화가 급증하는 것도 새로운 논의 거리다. 반려동물 시장이 급증하는 것을 보면 보신탕에 대한 문제가 자연스럽게 정리되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 개고기의 식문화에 대한 논의와 아울러 국민의 건강 측면에서 최소한의 제도 정비도 이뤄져야 한다.

복날을 맞아 찾는 보신탕, 공론화의 장은 소비자들에게 현명한 선택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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