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 삶 그리고…] 박상일 PSIA 사장

원자현미경 미친듯 연구 美이어 국내서도 창업 성공<br>"나만 할수 있는 일 해보자" 교수직 대신 창업 선택<br>"선진시장 20%차지 2010년 매출 1,000억 목표"



원자현미경 'XE-100'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나노기술이 각광받는 때 '원자현미경'이라는 유망사업 아이템을 가진 만큼 기회로 여기고 미친 듯이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첨단 계측장비인 원자현미경 제작업체인 PSIA의 박상일(48) 사장은 국내 벤처기업인으로는 드물게 미국 실리콘밸리와 국내에서 창업해 모두 성공한 독톡한 이력의 소유자다. 실리콘밸리에서 원자현미경을 만드는 PSI(Park Scientific Instruments)를 창업한 게 지난 88년. 스탠포드대학원에서 응용물리학을 전공하던 중 광학과 전자현미경의 뒤를 이어 '제3의 현미경'으로 불리던 원자현미경 개발에 참여했던 게 사업가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됐다. "당시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직 공채에 지원하라는 주위의 조언이 많았지만, 더 보람되고 역동적인 일을 하고 싶어 창업을 결심했죠." 회사 설립 후 그는 일본의 NTT,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 등에 원자현미경을 팔기 시작했다. 89년 48만 달러였던 매출액은 90년 177만 달러, 91년 368만 달러, 92년 595만 달러로 매년 80% 이상 성장했다. 93년에는 경쟁업체의 변칙적 상행위로 영업에 타격을 받기도 했지만 94년부터 다시 성장가도를 달리며 탄탄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이방인이 느끼는 허전함을 메울 수는 없었다. 인간적인 정이 그리웠고, 성과주의에만 집착하는 미국 사회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수시로 엄습했다. 고국에 복귀하기로 마음을 먹은 97년, 미국의 한 대기업 계열사에 PSI를 1,700만 달러를 받고 판 뒤 한국에서 다시 창업을 할 지, 교수로 변신할 지를 고민했다. "유수의 대학들로부터 교수직을 제안받았지만 또 다시 창업을 선택했죠. 지인들이 '편법과 관행이 난무하는 국내에서 사업을 하려면 수완이 필요하다'며 만류했지만 미국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까먹어도 좋다는 각오를 했어요." 박 사장은 그해 국내에 PSIA를 설립, 미국에서 만든 원자현미경을 국내로 들여와 대학교, 기업 연구소 등에 팔아 회사를 꾸려나갔다. 하지만 4여년만에 물품을 공급하던 미국 제휴업체가 "경쟁제품은 만들지 말고 판매만 도맡으라"며 연구개발 포기를 종용해 갈림길에 섰다. 고민 끝에 '6개월 안에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결심을 굳히고 협력관계를 끊었다. '독립선언'이었다. 당시 회사 수입의 대부분을 포기한 그는 2001년 하반기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하루도 안쉬며 연구에 몰두, 지금의 주력제품인 'XE-100' 시리즈를 내놓았다.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미국의 기존 제품보다 우수하다는 평가 속에 2003년 일본에서 나노기술 관련 상을 수상했고, 2004년 중소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산업자원부가 주관하는 '10대 신기술상'을 탔다. 미미하던 매출도 2002년 30억원, 2003년 47억원, 2004년 65억원, 2005년 92억원으로 뛰었다. 박 사장은 "세계 원자현미경 시장은 현재 2,000억원 수준이지만 오는 2010년 5,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며 "선진국 시장의 10~20%를 차지, 2010년 매출 500억~1,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산업용 원자현미경 매출비중 20%로 확대 ● 향후 사업계획 PSIA의 매출에서 대학ㆍ연구소 등에 공급하는 연구용 원자현미경의 비중은 90%가 넘는다. 하지만 올해에는 산업용 원자현미경의 매출비중을 20% 선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박상일 사장은 "산업용 제품이 생산공정에 투입돼 성능이 입증되면 공장이 설립될 때마다 추가공급이 발생, 지속적인 매출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PSIA는 일본의 히타치 등에 산업용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70% 수준인 해외 매출비중도 더 키울 생각이다. 국내 연구용 원자현미경 시장점유율이 70% 정도 되지만, 해외시장에서는 아직 5%에 불과해 성장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지금의 아파트형 공장을 벗어나 판교 테크노밸리 입주도 추진하고 있다. 박 사장은 "판교에 입주하면 우수인력 유치에도 유리하다"며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유망한 나노기술(NT) 업체들이 판교 테크노밸리에 대거 입주, 제대로 된 지식산업 클러스터로 성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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