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분양권 '폭탄 돌리기' 시작됐다

벼랑끝 몰린 아파트 계약자 "하루빨리 처분" 매물 속출<br>당국 대출실태 파악도 못해 부실전이 사실상 방조 지적


개인사업을 하는 김수용(57)씨는 노후대비를 위한 임대수익용으로 최근 인천 청라지구 135㎡형 아파트 분양권을 매입했다. 2년 전 지인이 5억원에 분양받은 아파트를 계약금 10%를 제외한 4억5,000만원에 구입하고 중도금대출을 승계했다. 김씨는 "단숨에 5,0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며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김씨는 인근 중개업소에서 이 아파트의 분양권 시세가 4억3,000만~4억5,00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파트 분양계약자들이 부동산경기 침체 여파로 분양권 가격이 하락하자 '폭탄 돌리기'에 나서고 있다. 손해를 보더라도 분양권을 하루빨리 처분하겠다는 '엑소더스(탈출)'가 벌어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작 집단대출로 돈을 빌려준 은행과 감독기관은 실태파악조차 못해 부실이 제3자로 옮겨가는 것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계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내년이나 내후년 입주를 앞둔 2기 신도시 및 대규모 택지개발지구 중 일부 단지에서 분양권 물량 중 70%가량이 매물로 나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 부동산전문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 시장에 불안심리가 가중되며 분양권 매물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현재의 양상이 당시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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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의 경우 거의 은행대출을 통해 납부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계약자가 부담했던 계약금 5~10%을 포기하고 가격을 낮춰 내놓은 매물이 대부분이다. 나중에 입주해도 실익이 없다는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는 폭탄 돌리기 매물이다.

문제는 분양권을 매입하는 제3자의 신용등급이나 자산상태가 부실해도 별다른 제어장치 없이 분양권 중도금대출 승계가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집단대출로 돈을 빌려준 금융권은 중도금대출 승계 건수조차 집계하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집단대출은 시공사 보증이 있고 담보물건(아파트)도 탄탄해 리스크 관리가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실제 전체 중도금대출 가운데 절반가량은 시공사 보증 형태로 대출이 이뤄졌는데 은행의 운용상 허점을 이용한 각종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

당국은 집단대출 중 중도금대출 연체율이 최근 3~5%까지 치솟았다는 지적이 일자 이제서야 부랴부랴 집단대출 실태파악에 나서고 있다. 뒷북 대응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이달 중순 집단대출 전수조사가 마무리되면 부실이나 편법 여부를 꼼꼼히 따져 월말까지 관련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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