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중심 자금순화토록 체계 구축""미국기업들의 분식회계 스캔들이 국내까지 파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의 회계제도 개혁방안을 우리 제도개선에 반영해 나가겠습니다.
또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큰 주식시장의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다음 달 중 주식시장 중심의 자금순환체계를 제도화하는 조치를 마련해 시행할 계획입니다"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국제적인 신용평가회사들이 대한민국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상향조정하면서 국제적인 신인도는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전의 수준을 회복했지만 주식시장은 여전히 외풍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자금 25년간 상환 우리세대서 마무리
전 부총리는 "공적자금은 특정기업이나 은행을 지원한 것이 아니라 금융산업 등 경제시스템을 복원하기 위해 투입한 자금이란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정부가 제시한 상환방법 외에 더 좋은 의견이 있으면 언제든지 수용해 적극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 미국기업들의 분식회계파장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같습니다. 우리 경제에미치는 영향도 점차 커질 것 같은데요.
▲ 얼마 전 토머스 허버드 주한미국대사와 만나 미국경제에 대해 의견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허버드 대사 말로는 미국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더군요.
미국경제 전체가 불안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분식회계 문제 역시 정보통신업 분야가 급속히 발달하다보니 관련 회계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과거 회계원칙이 정보통신업에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내 경제는 미국과 달리 '성장의 질'이 좋기 때문에 그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제의 거울'이라는 우리 주식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등락폭이 너무 힘해지고 있습니다.
▲ 최근 우리 주가가 미국증시 불안에 대해 상대적으로 크게 변동한 것은 연기금, 금융기관 등 기관투자자의 시장지지 역할이 취약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연기금의 보유자산중 주식비중은 11%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경우 53%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한편 투신사 등 자산운용산업에 대한 신뢰를 은행업 수준으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전문가와 연구기관의 의견을 수렴한 후 9월중 제도화를 추진할 겁니다. 단기대응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 미국경제의 불안은 분식회계에 따른 신뢰추락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도 분식회계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는데요.
▲ 최근 미국과 S오일의 사례는 우리가 자만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회계투명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회계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왔고 감독기관의 감리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올들어서는 한화, 동부 등 대형상장법인의 분식회계를 적발ㆍ조치했습니다. 이번 미국의 회계제도 개혁방안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하다면 우리 제도개선에 반영할 생각입니다.
-2분기 이후 원화환율이 너무 가파르게 떨어져 경상수지가 내년에는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KDI(한국개발연구원)도 최근 올 하반기 경상수지 흑자폭을 7억달러로 내놓았는데요.
▲ 원화강세로 수출여건이 나빠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비중은 20%에 불과합니다. 과거보다 수출시장이 다변화된 것이지요.
또 원화 뿐만 아니라 엔화, 유로화도 함께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내수비중도 과거에 비해 높아졌습니다. 미ㆍ소 대결구도가 심했던 시대엔 대미흑자가 100억 달러까지 간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젠 다 같이 경쟁에서 뛰어야 합니다. 그만큼 어려운 싸움일 수 밖에 없습니다.
- 공적자금 상환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정부는 25년 안에 상환을 끝내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50년 이상으로 늦추거나 아예 15년 안에 갚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금융기관 20조원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 정부는 앞으로도 많은 의견을 들어 최선의 대안을 마련할 것입니다. 지난 달 18일 공청회 역시 이런 맥락에서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습니다. 공적자금 상환기간을 25년으로 계획한 것은 우리 세대에서 이를 마무리하자는 뜻입니다.
금융기관 20조원 부담 역시 미국의 예(금융기관 20% 부담)와 금융기관의 여력을 감안한 것입니다.
공적자금 상환방식을 논의할 때는 공적자금 때문에 경제가 정상화됐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책임이 있는 곳에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 아래 금융권과 재정이 20대 49의 분담률이 나온 것입니다.
법인세 등을 통해 기업과 부담을 나누라는 주장도 일부 있지만 기업은 세금을 많이 내고 있고 앞으로 에너지 세제도 부담하지 않습니까.
- 한나라당이 15년 안에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예 기간을 대폭 늘려 채권시장을 발전시키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이는데요.
▲국회에서 좋은 의견이 나온다면 100% 수용할 준비가 돼있습니다. 하지만 주장만 앞세우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습니다. 한나라당은 회수기간을 15년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게 되면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15년 만에 회수를 하자는 것은 모든 국정과제를 멈추고 공적자금 회수에만 매달리자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채권시장 발전에 활용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습니다. 우리나라는 증권시장은 발전했지만 채권시장은 아직 미진한 상태입니다. 이자만 갚고 원금은 그냥 두는 멕시코식 상환계획도 채권시장을 고려한 주장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들이나 손자에게 우리 세대의 잘못된 유산을 물려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공적자금 상환,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사회복지 예산 등 앞으로 재정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강조하는 균형예산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정부는 늘어나는 재정수요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세목을 만들거나 세율을 인상해 국민들에게 추가적인 세부담을 지우지 않을 겁니다.
경제성장으로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세수와 2000년말 개정했던 에너지 세제개편으로 들어올 세수를 활용하고 일몰기한이 돌아오는 조세감면을 원칙적으로 폐지하면 됩니다.
에너지 세수는 9년간 14조1,000억원(현가), 감면축소되는 세수는 17조원으로 총25조4,000억원의 세수증대가 예상됩니다.
2012년부터는 세수증가분을 일반예산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각종 비과세ㆍ감면을 축소하고 과세형평성을 제고해 나가면 세입기반이 충분히 확충될 수 있습니다.
- 재계가 법인세를 인하하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 법인세 부담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낮습니다. 재계는 더 이상 법인세를 낮춰달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IMF위기를 다른 나라보다 앞서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재정이 매우 건전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재계는 과거처럼 세제나 금융지원으로 덕을 볼 생각을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과거의 혜택으로 현재의 부를 축적한 만큼 이를 나누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서울은행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협상은 어느 정도 진행됐고 매각완결은 언제쯤 될 것으로 보십니까.
▲ 국내외 16개 투자자가 주간사에 구체적인 투자관련 정보를 요청해 왔습니다. 이 가운데 8개 투자자가 구속력 없는 투자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주간사는 투자자들의 인수가격 등 인수조건과 인수능력을 평가한 후 3개 인수후보군을 선정, 정밀 실사기회를 부여했습니다.
이 실사가 끝나는 대로 8월초 최종 인수후보자를 선정해 MOU를 체결하고 본계약 협상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매각완결시점은 협상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가급적 조기에 마무리할 방침입니다.
- 임기말 공기업 민영화가 부진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 공기업 민영화는 지난 98년 만든 11개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 기본계획에 따라 지금까지 한국중공업, 포스코 등 총6개 공기업이 완전히 민영화했습니다.
올 상반기 KT 및 담배인삼공사의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해 KT 정부지분(28%) 전량을 국내에서 매각했고 담배인삼공사 공공지분 가운데 국내매각 예정분(19.4%)도 모두 매각했습니다.
올해 안으로 담배인삼공사(해외매각), 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4개 공기업 민영화가 추진됩니다. 담배인삼공사의 경우 잔여 공공지분(13.8%)가 9월 이후 해외매각되며 한전은 1개 발전자회사를 올해 안에 매각할 계획입니다.
가스공사와 지역난방공사 역시 관련법령이 정비되는대로 민영화가 추진됩니다. 대통령의 임기말이라고 해서 공기업의 민영화가 흐지부지되는 일을 없을 것이며, 계획대로 이뤄질 것입니다.
-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농민들의 반대에 막혀 진전이 없습니다. 한ㆍ미 양자투자협정(BIT)도 제자리 걸음입니다.
▲ 칠레와의 FTA는 사과, 배 등 과실류의 개방문제로, 미국과의 BIT는 스크린쿼터 문제로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부는 우선 현재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한ㆍ칠레 FTA 및 한ㆍ미 BIT가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농민 등 이해관계자 집단과 충분한 대화를 나눌 것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지역별 주요 거점국가와의 FTA 추진을 적극 검토하는 한편 한ㆍ중ㆍ일, 한ㆍ아세안 간에 FTA 이전단계의 다양한 협력 방안도 다각적으로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 동북아중심국가 프로젝트를 발표한 후 지방자치단체마다 경제특구로 지정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경제특구를 더 지정할 계획은 없습니까. 외자유치 현황도 궁금합니다.
▲경제특구는 비즈니스 기능을 수행하는 시설들이 복합적으로 구비되고 자족성을 보유한 지역으로 외국기업이 선호하는 여건을 가지고 차별화된 제도를 운영해야 합니다.
이 같은 기초여건을 갖춘 인천국제공항 주변지역과 국제적 항만 배후지역을 경제특구로 우선지정 한 것입니다. 다른 지역의 경우 앞으로 추이를 보아가면서 추가적으로 검토할 계획입니다.
외자유치는 현재 송도 신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송도의 경우 미국의 박스젠사가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확정했으며 게일사가 127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용유ㆍ무의지역은 55억달러의 외자유치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광양향은 이미 허치슨이 1억 달러를 투자한 상태입니다.
나머지 지역의 외자유치는 경제특구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때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성공적인 외자유치는 곧 외국인 친화적인 경영ㆍ생활환경 조성과 제도정비에 달려있습니다.
-IMF 이후 소득불균형은 한층 심해지고 있습니다. 있는 자에 대한 없는 자의 박탈감도 날로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장경제를 하는 나라에선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효율추구의 경제가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아직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다행스럽다고 봅니다. 정부는 서민ㆍ중산층 지원정책을 두달마다 점검하고 있습니다.
빈곤층의 일자리 창출, 교육, 주택, 물가 등의 문제가 여기에서 논의됩니다. IMF 이전엔 재정의 5% 미만이 이 대책을 위해 투입됐지만 현재 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앞으로도 격차를 줄여나가는 대책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9월에 시행할 수 있겠습니까.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당초 내년 1월 법률시행을 앞두고 임대료 과다인상 등 피해사례가 다수 발생해 시행시기를 9월로 앞당기는 개정안이 국회의원 25인의 공동발의로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실태조사를 6월말까지 완료하고 전산프로그램 개발을 8월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지만 법률 시행을 위해선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과 국세청의 사업자등록 등 절차가 남아있습니다. 이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할 때 9월 시행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국회와 협의를 거쳐 가급적 이른 시일안에 시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희중 경제부장
정리=이연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