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사수를 위해 '무이자 할부' 카드를 최초로 꺼내 든 현대자동차가 하반기에도 이와 비슷한 파격 프로모션을 이어가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수입차와의 경쟁을 위해 출혈을 감수하면서 사투를 이어가는 셈이다.
7일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38.4%까지 추락했던 현대차 내수점유율은 지난달 공격적인 프로모션 덕분에 40%대로 올라섰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겨우 안방은 지켰다"는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수입차의 거센 공격에 맞선 출혈 경쟁은 점차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수입차들의 할인공세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내수시장을 지키려면 판매량 확대를 위한 극약 처방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면서 "5월 한 달간 무이자 할부를 실시하는 쏘나타의 경우 올 하반기에 출시 30주년을 맞아 파격 프로모션을 준비하는 등 회심의 카드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달에도 정규 프로모션이 아닌 월 중간에 '그랜저'와 '쏘나타'를 50만원 할인해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냈다. 월초 공개하는 판매조건이 아닌 '돌발 프로모션'이 등장하자 내수를 지키기 위한 이례적인 행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노력 끝에 마지노선이었던 점유율 40%는 탈환했지만 내수시장 성적표는 여전히 좋지 않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40.6%를 기록해 겨우 40%대를 넘겼다"며 "현대차 최초로 무이자 할부를 시도한 것은 이 같은 출혈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방을 지키는 것이 힘들다는 판단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신형 투싼 8,637대를 판매하며 신차 효과를 거둔 반면 이외 차종은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현대차를 대표하는 차종인 쏘나타는 지난해 대비 3.0% 늘어난 3만1,21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출시 1년밖에 안된 주력차종 '쏘나타'를 무이자 할부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커지면서 준중형 대표 차종인 '아반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반떼' 출시 20주년을 맞아 올 초 차량 가격을 대폭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한 덕분에 2만6,088대를 팔아 체면은 지켰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아반떼가 직접 경쟁하는 시장이 요새 판매량 증가하고 있는 SUV 쪽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시장을 뺏어오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세단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특히 지난달에는 그랜저(-10.4%), 제네시스(-10.5%), 에쿠스(-28.1%) 등 모두 큰 폭으로 판매가 감소했다. 이에 따라 연간 820만대를 팔겠다던 현대차의 당초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 세계에서 현대차 505만대, 기아차 315만대 등을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올 1∼4월 판매량을 보면 상황은 녹록지 않다. 4개월간 현대차의 누적 판매량은 162만128대, 기아차는 102만3,472대에 그쳐 전년 대비 2.9%와 2.4%씩 줄었다. 현대차 측은 "이처럼 유로화·엔화 등 환율 문제로 해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마저 흔들리면 위기감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일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공격적인 할인정책을 당분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