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어제 청와대에서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었으며 정부안이 확정되면 (한국방공식별구역에 대해) 발표가 있을 것이라 본다"며 "정부안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KAIDZ 선포와 관련된 회의를 꾸준히 비공개로 진행하는 등 보안에 신중한 모습이다.
정부는 확대된 KADIZ 선포 이전 미국·일본·중국 등에 이해를 구하고 관련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외교풀을 최대한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번 주로 예정된 해외 출장 일정을 전격 취소하면서까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이어도 상공 등을 포함하는 KADIZ 확대안을 3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통해 확정한 후 주변국과의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정부는 KADIZ 확대안이 우리 외교의 큰 축인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정부가 KADIZ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미국이 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할 경우 우리나라 외교정책의 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미국 정가에서는 동북아 긴장 수위가 더 높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는데다 KADIZ를 인정할 경우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과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될 수 있어 미국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주 미국주도의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력(TPP)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한미 관계 강화에 애쓰고 있지만 재정적자 등을 이유로 대일 외교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이 어느 정도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중국의 대응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정부는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며 북핵 문제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다고 판단, 대중 외교에 공을 들였지만 CADIZ 선포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형국이 연출돼 난감해 하고 있다. 중국이 KADIZ 선포에 반발해 서해 부근까지 CADIZ를 확대할 경우 한중 관계가 얼어붙을 수 있어 북핵 문제가 더 꼬일 수 있는 것 또한 부담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미일 동맹의 축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한미 동맹만 굳건하다면 KADIZ 선포와 관련해 우리와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KADIZ와 관련한 야권의 공세도 정부에는 부담이다.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중국은 일방적으로 선을 긋고는 우리 정부의 재고 요청도 묵살했다"며 "방중 회담은 결국 빈 껍데기였음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던 분야가 외교안보 부문임을 감안하면 이번 KADIZ 문제 대처에 따라 국정지지율도 큰 폭으로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양욱 한국국방안포포럼 연구위원은 "KADIZ 확대를 주변국이 반길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이번 사태가 촉발됐다는 점에서 우리도 이번 기회에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주변국과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가면 명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