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감독원이 감독받는다?

“은행의 보고가 사실인지 무슨 근거로 믿습니까.”

기아스 삽식 국제통화기금(IMF) 통화시장국 부국장의 질문에 금융감독원의 은행 담당자는 멈칫했다. 뒤이어‘은행 검사는 누가 가느냐, 왜 가느냐, 가기 전에 어떤 준비를 하느냐, 가서는 누구를 만나서 어떤 정보를 요구하느냐’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답하려던 금감원 국장은 말을 멈추고 실제 업무를 맡는 팀장과 사무관을 불러야 했다.

요즘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금감원, 예금보험공사는 IMF와 세계은행(WB)의 평가단을 상대하는데 여념이 없다. 평가단이 지난 3일부터 19일까지 진행중인 금융평가프로그램(FSAP)이 예상보다 깐깐하기 때문이다. FASP는 각국의 금융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IMF회원국을 상대로 하는 금융시스템 건전성을 평가한다.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19번째로 중요한 회원국인 한국은 2003년 이후 10년 만에 평가를 받게 됐다. 특히 금융기관 감독업무를 실제로 맡는 금감원은 집중적인 평가 대상이다.


평가단은 15명 규모로 크지 않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에 대한 첫 평가인만큼 10년 전보다 질문의 강도가 세다. 평가단이 한국의 금융감독 현실에 다소 문외한이고 통역을 거쳐야 하는 만큼 시간도 많이 든다. 금감원의 해당 직원들이 외부 면담이나 점심시간 시간을 줄여가며‘공부’에 몰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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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계자는“평가단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약 10년 만에 찾아온 금융위기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듯 했다”면서“밤 10시가 넘어서까지 계속 질문을 쏟아내는데 내용도 현장 검사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실효성이 있는지 따진다”고 말했다. 평가단은 또 금융소비자보호처 신설 등 한국 금융감독체제 개편의 효과 여부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6월과 9월 각각 한국을 방문한 뒤 10월께 최종 평가 보고서를 낸다. 앞으로 한국은 5년에 한번씩 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2008년 금융위와 분리된 금감원에는 10년전 FSAP평가를 겪어본 직원이 거의 퇴직해 노하우가 없다. 게다가 이들의 평가 보고서는 IMFㆍWB이사회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된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조직개편과 인사를 앞둔데다 국제기구의 강도 높은 평가까지 이어지면서 조직이 어수선해졌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윗사람은 조직개편과 인사 때문에 여념이 없고 실무진만 일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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