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조피디의 Cinessay] '언더 더 쎄임문'

엄마 찾아 국경을 넘는 소년



가난한 집 아이들은 명절을 싫어한다. 세상은 모두 다 풍족하고 행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명절만큼 가난이 도드라지는 날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돌아보니 그때는 ‘엄마’가 있었다.아무리 모든 것이 풍족해도 ‘엄마가 없는 명절’은 앙꼬 없는 찐빵이다. 명절 추억의 8할은 ‘엄마’가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좁은 부엌에서 요술처럼 만들어지던 음식을 엄마 옆에 꼭 붙어서 미리 하나씩 얻어먹던 그 맛은 지금 어떤 산해진미와도 비교되지 않게 맛있었다.

가난한 집에는 친척도 오지 않는 법이어서 친구들처럼 명절 용돈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엄마가 있어 외롭지 않았다. 지금은 더 이상 가난하지 않지만 그때보다 더 명절이 시들하다. 엄마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나에게 아무리 영광스러운 일이 일어나도 100% 순수하게 기뻐해줄 사람, 어떤 어려움에도 나보다 더 맞서 싸워줄 사람, 바보스러울만큼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해줄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그래서 엄마 없는 세상은 기본적으로 슬프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도 그런데, 어린 나이에 엄마가 없다는 것은 어떤 슬픔일까. 멕시코 영화 ‘언더 더 세임문(under the same moon)’(2007년작)은 엄마를 찾아 멕시코 국경을 넘는 9살 소년의 눈물겨운 이야기다.


까틀리토스는 미국 LA로 돈 벌러 간 엄마와 헤어져 멕시코에서 외할머니와 둘이 산다. 엄마가 하루빨리 자신을 데려가주길 바라지만, 밀입국자인 엄마 로사리오가 돈을 모으기란 쉽지 않다. 엄마와 헤어진지 벌써 4년, 모자의 그리움은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전화 한 통화에 담기엔 너무 크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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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말한다 “엄마가 그리울 때는 달을 보렴, 엄마도 그 달을 보고 있을테니” 소년은 잠자기 전 언제나 달을 본다. 환하고 둥근 달을 보고 있으면 엄마가 곁에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갑자기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까틀리토스는 엄마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까틀리토스 역시 밀입국을 하게된거다. 이제 겨우 9살 소년이. 카틀리토스가 엄마를 찾아가는 길에는 위험 투성이지만, 좋은 사람도 만나게 된다. 로사리오는 결혼하면 시민권을 얻을수있다는 이유로 한 남자에게 잠시 마음이 흔들리지만, 막판에 마음을 돌린다. 그러던 중, 로사리오는 어린 아들이 자신을 찾아 멕시코를 떠났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이제 그야말로 모자를 이어주는 끈은 하늘에 무심히 뜨는 달 뿐인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혹시 저 모자가 만나지 못하게 되면 어쩌나 마음을 졸였지만, 다행히 까틀리토스는 무사히 LA에 도착하고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피자집 앞 버스정류장 공중전화에서 자신에게 전화를 하던 엄마와 기적처럼 만난다.

며칠후면 추석이다. 한가위 달을 보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엄마는 나의 손을 끌고 밖으로 나갔었다. 엄마 말은 맞았다. 그때 빌었던 소원은 거의 다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때만큼 절실하게 빌 소원이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9살 소년 까틀리토스처럼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며 간절한 소망을 빌고 있을 어려운 사람들이 아직 많다. 가난하고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보름달처럼 환한 빛과 평화, 풍요로움이 나눠지기를 이번 추석에는 빌어야겠다.

조휴정PD(KBS 1라디오 ‘빅데이터로 보는 세상’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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